좋은시

[스크랩] 목구멍 / 오영환

문근영 2013. 10. 8. 01:12

 

 

 

 

목구멍 / 오영환

 

 

목표는 네가 아닌데 가끔 너는 표적이 되고

찢어질 듯 실핏줄이 멈춰서는 순간에도

호흡이 낚아채 놓는 은어들이 쏘는 총

 

글 밖에서 다듬이질 하는 또 다른 너를 향해

그 많은 좁쌀알들이 두렵지 않은 것은

까칠한 글 맛 속에서 등짐 지는 징소리

 

소리는 목구멍을 멀리서서 읽는다

다가가면 다가설수록 뿌리치는 文香들

그곳에 도리질 치는 아픔도 자유이다

 

마음은 너를 벗어나 속 눈빛에 떨다가도

새가슴 뻗치고서 울음 우는 벙어리

찻물 밴 목 줄기 감아 타래 푸는 詩語들

 

- <대구시조>13호(2009), 12회 대구시조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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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의 이해를 돕기 위해 먼저 오영환 시조시인을 간략히 소개해야겠다. 시인은 대전출신으로 원래 대학에서의 전공은 미술이었다. 오래전부터 차 연구에 푹 빠져 생활 속의 아름다운 차 문화 보급을 위해 매진해 왔다. 지금은 ‘푸른 차’ 연구원장을 맡고 있으며, 전통차 문화의 보급과 확대를 위해 여러 대학에 강의도 나가고 있다.

 

 시인의 시 ‘찻잔3’을 보자. ‘누구는 시 쓰기를 맘으로 한다지만/ 내 시는 물을 끓여 식히고 우려내어/ 한 가닥 목줄을 타고 삼키면서 푸는 거다’라고 하였다. 시인에게 있어 시 쓰기의 발원지이며 통로는 바로 차를 음미하는 ‘목구멍’이었던 것이다. ‘찢어질 듯 실핏줄이 멈춰서는 순간’ 역시 목구멍에서 감지되는 시적 긴장의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시조 치고는 좀 난해한 편에 속하지만 신선한 발상과 더불어 주제를 부여잡고 있는 시정신의 악력이 빡세게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팽팽한 긴장 위에 흐트러지지 않는 유연한 흐름이 적당한 유속을 견지하고 있다. ‘까칠한 글 맛 속에서 등짐 지는 징소리’라든지, ‘소리는 목구멍을 멀리서서 읽’고, ‘다가가면 다가설수록 뿌리치는 文香들’에서 담금질의 심화와 산고의 고통이 읽혀지기도 한다.

 

 평소 오영환 시인의 모습은 늘 쪽진 머리에 한복이고, 단정하면서도 야무진 매무새다. 군더더기 없이 균형과 절제가 몸에 밴 사람이라는 인상을 풍긴다. 시인의 시조세계와 차 생활 그리고 삶의 태도가 일관되어 있으며, 모두 그런 가치관과 미학에 복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찻물 밴 목 줄기 감아 타래 푸는 詩語들’이 그의 목구멍을 통해 나올 때면, 거의 득도의 수준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으리라.

 

 

권순진

 

 

 

출처 : 詩하늘 통신
글쓴이 : 제4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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