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함께읽기

[스크랩] [김영호 칼럼] 모든 국민이 정체성 버리고 영어 구사할 이유는 없다

문근영 2013. 10. 3. 01:02
영어가 대선 공약으로 등장할 일인가
[김영호 칼럼] 모든 국민이 정체성 버리고 영어 구사할 이유는 없다
 
김영호
 
 1970년대 홍콩에서 식모살이하는 필리핀 여자들의 이야기가 가끔 신문에 소개됐다. 그 때는 이주노동자가 흔치 않아 기사거리가 됐던 것이다. 지금은 필리핀 인구8,520만명의 10%가량이 돈을 벌려고 해외로 나간다. 필리핀해외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이주노동자가 380만명이고 거류민이 355만명, 불법체류자가 87만명이다. 190개국에서 이들이 송금한 금액은 지난해 GDP(국내총생산)의 11%에 해당하는 128억달러이다.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필리핀 사람들은 의사소통이 수월해 인력수입국에서도 환영하는 편이다. 필리핀은 1898~1942년 44년간 미국의 식민지였다. 해방이후에도 미군이 오랫동안 주둔한 까닭에 영어를 공용어로 쓴다. 학교에서 영어로 수업하고 사회생활에서도 많이 쓴다. 전국민이 영어 배우는데 심혈을 기우려서 그런지 필리핀은 산업분야가 낙후해 있다.

 사람이 두 개의 언어를 배우기란 결코 쉽지 않다. 버나드 쇼는 외국인이 외국어를 터득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어려서 현지에서 살지 않고 의사를 원활하게 소통하기란 여간 어렵잖다. 음악이나 미술처럼 언어도 소질이 있지 않으면 말이다.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만든 영어마을 누리집들(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서울, 경기, 인천, 제주 영어마을)     ©김영조

 세계화 시대에 영어를 잘해야 먹고 산다며 영어열풍이 갈수록 더 뜨겁다. 초-중-고교생 조기유학이 2002년에만 해도 1만명 정도였는데 지난해는 4만5000명을 넘어섰다. 대학은 4년 졸업제가 아니라 5년 졸업제로 바뀌다시피 했다. 재학 중에 1년간 어학연수는 필수과정처럼 됐으니 말이다.

 이에 따라 유학-연수비용이 2003년 18억5,470만달러, 2004년 24억9,380만달러, 2005년 33억8,090만달러, 2006년 44억5,790만달러로 급증하고 있다. 올 상반기는 23억9,350만달러로 2004년 연간 지출액과 맞먹을 만큼 늘어났다. 이것은 공식집계일 뿐이다. 편법송금, 휴대반출까지 합치면 그 액수는 엄청나게 늘어날 것 같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에서는 유학비가 싼 인도, 필리핀, 남아프리카 등지로도 보낸다. 숱한 기러기 아빠들이 봉급을 몽땅 털어 넣고도 모자라 빚더미에 눌려 산단다. 초등학교는 이미 늦는다며 유아원, 유치원에서 영어를 가르친다. 원어민 교사들이 미국교재로 가르치기도 한다고 한다. 제 나라 말도 잘 모르는 어린이에게 혼란을 주지 않을지 모르겠다.

 지방자치단체들마다 영어마을을 만든다고 법석이다. 행정문서에도 영어가 넘쳐난다. 회사이름을 영어로 바꾸느라 바쁘다. 아파트 이름도 상품명도 무슨 뜻인지 모를 영문자를 나열해 놓았다. 간판도 온통 영문자 투성이다. 미국영화 제목을 소리 나는 대로 써서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영어를 웬만큼 터득해서는 문맹으로 살아야 할 세상이다.

 영어는 6대륙에 걸쳐 7명 중에 1명이 구사한다. 세계화 시대에 영어는 세계 공용어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소통의 도구로서 영어의 습득은 필요하다. 인터넷 정보의 70% 이상이 영어로 수록되어 해독하지 못 하면 정보격차가 커진다. 출세의 수단으로서도 영어는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영어를 잘 해야 한다는 과열은 이상현상이다.

 이제 영어는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떴다. 이명박, 정동영 두 주자가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영어대화가 가능하도록 정부가 책임지겠다고 한다. 개인에 이어 정부가 영어교육에 막대한 투자를 하겠다는 소리다. 영어열풍이 더 뜨거워 질 판이다.       

 막상 미국에 가면 영어를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남미에서 불법이민이 늘어나면서   스페인어가 제2의 국어로 떠오를 정도이다. 영어가 꼭 필요한 전문분야라면 능통한 영어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정체성을 버리고 영어를 구사할 이유는 없다. 필리핀 사람들이 영어를 몰라서 남의 나라에 가서 허드렛일을 하는가?
관련기사
영어 열병을 앓는 대한민국, 누가 치료할 것인가!
한국말, 영어로 문장 만들다 죽는 줄 알았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언론광장 공동대표
시사평론가  
<건달정치 개혁실패>의 저자  
본지 고문  













 
2007/11/21 [11:14] ⓒ대자보
출처 : 배꾸마당 밟는 소리
글쓴이 : 박종국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