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 이건청
| 암각화를 위하여 여기 와서 시력을 찾는다. 여기 와서 청력을 회복한다. 잘 보인다. 아주 잘 들린다. 고추잠자리까지, 풀메뚜기까지 다 보인다. 아주 잘 보인다. 풍문이 아니라, 설화가 아니라 만져진다, 손끝에 닿는다. 6천여 년 전, 포경선을 타고 바다로 나아간 사람들, 작살을 던져 거경巨鯨을 사냥한, 방책을 만들어 가축을 기른, 종교의례를 이끈, 이 땅의 사람들이 살아 있는 숨결로 온다, 와서 손을 잡는다. 피가 도는 손으로 손을 덥석 잡는다.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말한다 어서 오라고, 반갑다고 가슴으로 끌어안는다. 한반도 역사의 처음이 선연한 햇살 속에 열린다. 여기가 처음부터 복판이었다고, 가슴 펴고 세계로 가는 출발지였다고, 반구대 암각화가 일러주고 있다. 신령스런 벼랑이 일러 주고 있다. 눈이 밝아진다. 귀가 맑아진다. 잘 보인다. 아주 잘 들린다. # 놀랍지 않은가! 한갓 바위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었던 반구대가, 그 바위에 새겨진 암각화가 6천여 년 전 우리 조상의 삶을 생생한 기록으로 보여 주는 역사의 현장이라니. 한국사의 5천여 년 전을 신화의 시대로 보는 단군 신화 이전에 이미 우리 조상들은 포경선을 만들었고, 거대한 고래를 잡았던 것이다. 반구대 암각화로 남겨진 296개의 도형 속에서 우리는 조상들의 면면을 만날 수 있다. 기록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반구대 암각화는 울산 바다에서 태화강을 끼고 대곡천 상류로 거슬러 오르는 산협에 있다. 암각화에 새겨진 296개의 도형 중 현재 그 형상이 확인 된 것은 218점이라고 한다. 동물상이 193점, 인물상이 14점, 도구모양이 11점, 확인미상이 78점인데, 이 중 고래 그림이 무려 58점이나 된다. 고래의 종류는 돌고래, 향유고래, 큰고래, 혹등고래, 수염고래, 범고래, 쇠돌고래과의 상괭이 등이다. 그림의 내용은 고래의 생태, 고래의 사냥모습, 고래잡이 도구, 고래잡이 포경선등이고, 그 외에도 사슴, 호랑이, 멧돼지 그림과 짐승을 잡는 도구, 그리고 너무나도 친근하게 다가오는 사람의 얼굴과 제사를 집전하던 샤먼, 다산을 상징하는 암각화 등이 우리 조상의 삶을 증언하고 있다. 2013년 2월 5일 반구대포럼이 공식 출범하여 반구대 암각화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에 대한 이론 정립과 우리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다양한 행사들이 기획되고 있다. 또한 세계 문화유산으로서도 손색이 없는 반구대 암각화의 보전과 우리 해양역사의 자리매김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모임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소중한 역사의 기록이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떠오르고 있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교수 dsseo@shingu.ac.kr) |
ㅡ출처: 문화저널 21 |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이온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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