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김찬옥] 벽과 장미

문근영 2013. 9. 25. 08:29

벽과 장미


김찬옥

 

 

벽,

그 섹시한 꽃을 품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가?

 

당신의 무딘 감각을 더듬다 입술이 터져

진홍빛 진물로 벽을 물들이는

장미라고

 

온 몸에 돋아난 발진

전신을 다 태워도 부족할 꽃

죽어야만 접을 수 있는 色말야

 

가시로 쿡쿡 찔러봐도 여전히 묵묵하기만 한

벽,

정말 모르시겠는가?

 

이념의 뼈대 사이로 가시를 세웠으나

정녕 제 허벅지에 못질은 할 수 없어

 

멍울멍울 피어오르는 새빨간 욕정

바짝 마른 유월의 태양이나 다 사르고

 

시들시들 벽 앞에서 응고되어가는

피보다 더 진한 사랑

 

 


―웹진『시인광장』(2013년 7월호)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흐르는 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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