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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 아침의 시 / 박상천 - 변하지 않음에 대하여

문근영 2013. 9. 24. 09:37

이 아침의 시 / 박상천

 

 

변하지 않음에 대하여
 
 무더위에 밥맛 없어 하는 내게, 아내가 불쑥 된장장아
찌를 내민다. 10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해놓으셨던
장아찌라고 한다. 어머니의 장아찌를 그냥 다 먹어치우
기 싫어 얼마간 숨겨놓은 모양이다. 어머니께서 가신 지
10년, 세월이 흘러 이제 떠나신 어머니를 생각하는 횟수
도 줄고 그 슬픔도 거의 사라졌지만, 세월이 흘러도 변
하지 않는 것들이 있구나. 객지 자식을 위해 된장 아래
깻잎이며, 부추며 무를 박아 넣던 어머니의 마음은 아직
도 변하지 않고 남아 있었구나. 밥을 물에 말아 장아찌
를 먹는다. 10년 세월을 넘어 된장 아래 변하지 않고 남
아 있던 장아찌, 어머니의 마음이 고스란히 간으로 배어
있는….
 
# "좋은 장을 얻어 무 재우니 여름철에 좋고, 소금에 절여 겨울철을 대비 한다"라고 이규보는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기록하고 있다. 장아찌에 대한 최초의 기록으로 고려 중엽부터 밑반찬으로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장아찌는 오랜 기다림과 정성과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위해 만든 식품이다. 장아찌의 재료로는 주로 무, 오이, 마늘, 깻잎, 고추 등을 간장이나 된장, 고추장, 식초 등에 담가 두고 오랜 기간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음식이다. 특히 입맛을 잃었을 때, "밥을 물에 말아" 장아찌와 함께 먹어도 좋다.
 
"세월이 흘러 이제 떠나신 어머니를 생각하는 횟수/도 줄고 그 슬픔도 거의 사라"진 어느 날 "무더위에 밥맛 없어 하는 내게, 아내가 불쑥 된장장아/찌를 내"미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10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해놓으셨던/장아찌라고 한다" 울컥, 가슴에 뜨거운 것이 치민다. "객지 자식을 위해 된장 아래/깻잎이며, 부추며 무를 박아 넣던 어머니", 사랑은 "세월을 넘어 된장 아래 변하지 않고 남/아 있던 장아찌"같은 것. "물 말은 밥" 한 숟가락 위에 어머니 사랑을 얹고서 지금의 내가 있음을 생각한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교수 dsseo@shingu.ac.kr


ㅡ출처 :  문화저널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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