遺作展
이인원
사시사철 안개로 뒤엉켜 있는 포구
거꾸로 선 나무들의 뿌리마다
주렁주렁 따개비만 열리고
불가사리 천지가 된 배 한 척
출항의 기억조차 잊어버린 채 흔들리고 있다
아주 드믈게
나그네 새 몇 마리
돛대에 앉아 쉬어 갈 때면
환청인 듯
흘러간 유행가 같은 뱃고동 꺼이꺼이 울리다 말고
무심한 물고기 떼들
자잘한 물거품을 입질하고 있을 뿐
사람 그림자 하나 없는 선착장
어느 날,
귀 밝은 한 물고기의 부레를 통과한
푸른 바람 줄기가 기적처럼
녹슨 닻을 감아 올리는 날
그 작고 낡은 배 순식간에
백 년 후의 어느 눈동자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와
등 비늘 푸들푸들 살아있는 비린 것들을 와르르 쏟아낸다
생전 버지 못했던 어마어마한 만선이다
진동하는 비린내, 마침내
긴긴 잠에 든 너를 단번에 깨우고 만다
딱딱하게 말라 있던 붓끝에서 뚝뚝
노을보다 붉은 물감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거꾸로 서 있던 나무들 그제야 똑바로 눈을 뜨고
부랴부랴 초록빛 일색인 촌평(寸評)의 잎사귀를 매단다
ㅡ『아름다운 사람들』(2013. 제11호)
*이인원 시인 ㅡ 1992년 『현대시학』등단/시집『마음에 살을 베이다』, 『사람아 사랑아』, 『빨간 것은 사과』,
『궁금함의 정량』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가우/박창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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