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가리키던 손가락이 칼에 베인 날
조동례
사랑노래 끝나기도 전에
이별노래 판치는 노래방에서
나는 사랑노래에도 아파서 울고
이별노래에도 아파서 울었다
걸리는 게 어디 한두 가지랴
사랑과 이별이 차고 이우느라
상처는 배경이 드러나지 않는 꽃이다
다가가도 아프고 다가와도 아픈 꽃
가만히 있는 너를 잘못 건드렸다 생아
달을 가리키던 손가락이 칼에 베여도
어둠을 배경으로 별이 뜨고
별을 배경으로 달은 살아 있더라
산책 도반
조동례
제몸에서 꺼낸 길 따라 아침공양 나서는 거미를 만났습니다
노오란 꽃잔에 이슬 한 잔 권하는 양지꽃과 마주 앉았습니다
상수리나무를 포행하던 다람쥐에게 눈인사를 보내고
바닥에서 오체투지 참회하는 자벌레에게 합장합니다
서둘러 들일 나가는지 산꿩 부부가 잠시 소란스런 아침
나도 가야 할 길을 서둘러야겠습니다
ㅡ시집 『달을 가리키던 손가락』(삶창, 2013)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이온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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