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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조동례] 달을 가리키던 손가락이 칼에 베인 날 / 산책 도반

문근영 2013. 9. 24. 09:35

 

달을 가리키던 손가락이 칼에 베인 날

 

조동례

 

 

사랑노래 끝나기도 전에

이별노래 판치는 노래방에서

나는 사랑노래에도 아파서 울고

이별노래에도 아파서 울었다

 

걸리는 게 어디 한두 가지랴

사랑과 이별이 차고 이우느라

상처는 배경이 드러나지 않는 꽃이다

다가가도 아프고 다가와도 아픈 꽃

 

가만히 있는 너를 잘못 건드렸다 생아

 

달을 가리키던 손가락이 칼에 베여도

어둠을 배경으로 별이 뜨고

별을 배경으로 달은 살아 있더라

 

 

 

 

 

산책 도반

 

조동례

 

 

제몸에서 꺼낸 길 따라 아침공양 나서는 거미를 만났습니다

 

노오란 꽃잔에 이슬 한 잔 권하는 양지꽃과 마주 앉았습니다

 

상수리나무를 포행하던 다람쥐에게 눈인사를 보내고

 

바닥에서 오체투지 참회하는 자벌레에게 합장합니다

 

서둘러 들일 나가는지 산꿩 부부가 잠시 소란스런 아침

 

나도 가야 할 길을 서둘러야겠습니다

 

 

 

ㅡ시집 『달을 가리키던 손가락』(삶창, 2013)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이온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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