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홍일표] 젖은 달

문근영 2013. 9. 23. 10:11

  젖은 달


  홍일표
 

 

   혀가 혀를 넘어섭니다 일찍이 혀는 당신의 불이었고 동굴에 숨어있는 붉은 짐승이었습니다 당신의 밀실에서 울고 있는 어둠의 혈족이었습니다 한없이 자라던 혀가 하늘 밖의 하늘을 핥습니다


   물고기로 달아나는 혀를 꿰어 허공에 걸어놓습니다 파닥이던 물고기가 어느 젊은 성자처럼 피의 미래를 결정합니다 나뭇잎으로 팔랑이는 혀가 공중의 둥근 마음을 핥으며 지상으로 천천히 내려옵니다


   목에 걸린 공기가 맨드라미처럼 발갛게 달아올랐습니다 오래 근심하던 구름이 붉고 긴 혀로 서쪽 하늘을 덮습니다 만삭의 하늘이 부화하여 달이 힘껏 솟아오릅니다 혀는 보이지 않고 혀의 마음만 만월입니다 아무도 보지 못한 외경입니다

 

 


―계간『시안』(2013년 여름호)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흐르는 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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