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허연
쏟아지는 비를 피해 찾아갔던 짧은 처마 밑에서
아슬아슬하게 등 붙이고 서 있던 여름날 밤을
나는 얼마나 아파했는지
체념처럼 땅바닥에 떨어져
이리저리 낮게만 흘러다니는 빗물을 보며 당신을 생각했는지.
빗물이 파 높은 깊은 골이 어쩌면 당신이었는지
칠월의 밤은 또 얼마나 많이 흘러가 버렸는지.
땅바닥을 구르던 내 눈물은 지옥 같았던 내 눈물은
왜 아직도 내 곁에 있는지
칠월의 길엔 언제나 내 체념이 있고
이름조차 잃어버린 흑백영화가 있고
빗물에 쓸려 어디론가 가버린
잊은 그대가 있었다.
여름날 나는 늘 천국이 아니고,
칠월의 나는 체념뿐이어도 좋을 것
모두 다 절망하듯 쏟아지는 세상의 모든 빗물,
내가 여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 시집『불온한 검은 피』(세계사,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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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가 들려
리모컨 "조용히" 버튼을 누른다.
"쏴아"하는 소리를 듣는 동안
나의 화면엔
고2 여름캠프 영상이 시작된다.
좋아하는 남학생이 옆텐트에 있다는 것 하나로
잠들기를 설치다 맞은 아침!
이슬 맺힌 텐트 앞에서, 간밤의 느낌을 깨우는 동안
볼을 살짝 꼬집으며 눈을 맞춘,
폼 나던 선배의 든든함
지금은 어여쁜 풋내이지만
작은 '지옥'과 짧은 '천국'을 오갔던
그 여름이 '나는 얼마나 아팠는지'
그 사람을 의식하여 옷을 입고
그 사람이 없으면 '체념'한 '빗물'이 되던
아껴두었던 '칠월'의 심상으로
*스콜을 닮아가기 시작한
흩어진 장마 기간이
잠시 반갑다
이 오월의 비는
정의에서
광주로,
광주시민에게로,
'땅바닥'으로,
'골'을 만들고,
'지옥 같았던' 핏'물'이 되었음에도
오'월의 길'은
'체념'으로 끝났지 않으리
'흘러가 버린' 그 '밤'
숨겨진, 뽀오얀 속살 같은
내 인생의 '여름'이
'체념'만은 아니 듯
칠월이 기다려진다 -김선아
*스콜: 열대 국지성 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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