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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최정례] 당신 발바닥 쓰시마 섬 같애

문근영 2013. 8. 28. 12:07

당신 발바닥 쓰시마 섬 같애

 

최정례

 

이불 밖으로 삐죽이 빠져나온 당신 한 쪽 발

엎어져 자고 있는 발바닥이 바다 위에 섬 같애

숨도 쉬지 않고 조용히 조용히 자고 있는 쓰시마 섬

 

왜구의 노략질이 심해지자

태종은 대마도 정벌을 명하였대

도요토미 히데요시도 쓰시마에 기지를 구축하였고

 

왜 그 생각이 나나 모르겠네

젊어 징용가서 다시는 못 돌아온 고모부

절벽 위에 고사목처럼 살다

이제는 죽은 지 오래된 고모

 

바다 한가운데 엎어진 배처럼 조용히 떠서

자고 있었네

새벽에 혼자 깨어 들여다보니

참 멀리도 떨어져 나간 당신 발바닥이네

 

망국의 한을 안고 왜의 물은 한 모금도 안 마신다며

생으로 굶어 죽은 최익현의 발자국도

그 섬에 떠돈다는데

 

그러고 보니 혼자 방황하는 당신 발바닥이네

당신의 몸 가장 궁벽한 곳, 가장 쓸쓸한 곳

 

회사는 넘어가고 부고장은 하나둘

날아오고

술도 담배도 끊었지만 잠이 안 온다고 뒤척이더니

 

그 나라에서도 쫓겨나 갈 곳 없는 자들이

살던 곳이 쓰시마래

작은 섬 앞 바다에 역관 백여 명을

돌풍에 휩쓸려 보내고도

대마도는 우리 땅이라고 조선 사람들은 믿었다는데

 

당신 발바닥은 영 딴 나라 같네

동떨어져서 낯설기만 하고

당신의 쓰시마, 쓰시마 섬

 

- 최정례 시집, 『캥거루는 캥거루고 나는 나인데』, 문학과 지성사, 2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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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다가 문득 가족의 발바닥을 들여다 본 적이 있는가,

이불 한 쪽으로 삐져나온 가족의 발,

생의 아픈 질곡의 물결들이 고스란히 흘러간 자국이  남아있는 처연한 발,

 

이제 그 가족도 나이들어 곤히 잠들어 있는 발을 보며 시인은 문득

징용 간 혈육을 생각 해 내고, 그 지아비를 기다리다 오래 전 작고한 친척을 생각한다

잠시 바라 본 내 가족의 발이 다시 낯설어 보이며, 낯 선 섬같아 보이며

측은 해 보이며,  같이 한 지붕 아래 살고 있지만, 

늘 옆에 있어서 내 소유라고 여겼는데 문득 동 떨어져 보인다.

쓰시마 섬은 한 때 조선이 정벌하여, 우리 땅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우리 땅이 아닌 것처럼.

 

무심하였던 우리들의 일상 속에서

우리 몸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나의 신체의 일부인

너와 나의 인생의 가장 밑바닥을 묵묵히 지탱하며

세상 모든 진창을 아프게 디뎌 온  쓸쓸한 발바닥,

 

잠 안오는 밤,

내가 그대라고 생각하는 이의 발바닥을 한 번 들여다 보자,

그 발바닥도 충분히 경배 받을 만하지 아니한가.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김경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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