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발바닥 쓰시마 섬 같애
최정례
이불 밖으로 삐죽이 빠져나온 당신 한 쪽 발
엎어져 자고 있는 발바닥이 바다 위에 섬 같애
숨도 쉬지 않고 조용히 조용히 자고 있는 쓰시마 섬
왜구의 노략질이 심해지자
태종은 대마도 정벌을 명하였대
도요토미 히데요시도 쓰시마에 기지를 구축하였고
왜 그 생각이 나나 모르겠네
젊어 징용가서 다시는 못 돌아온 고모부
절벽 위에 고사목처럼 살다
이제는 죽은 지 오래된 고모
바다 한가운데 엎어진 배처럼 조용히 떠서
자고 있었네
새벽에 혼자 깨어 들여다보니
참 멀리도 떨어져 나간 당신 발바닥이네
망국의 한을 안고 왜의 물은 한 모금도 안 마신다며
생으로 굶어 죽은 최익현의 발자국도
그 섬에 떠돈다는데
그러고 보니 혼자 방황하는 당신 발바닥이네
당신의 몸 가장 궁벽한 곳, 가장 쓸쓸한 곳
회사는 넘어가고 부고장은 하나둘
날아오고
술도 담배도 끊었지만 잠이 안 온다고 뒤척이더니
그 나라에서도 쫓겨나 갈 곳 없는 자들이
살던 곳이 쓰시마래
작은 섬 앞 바다에 역관 백여 명을
돌풍에 휩쓸려 보내고도
대마도는 우리 땅이라고 조선 사람들은 믿었다는데
당신 발바닥은 영 딴 나라 같네
동떨어져서 낯설기만 하고
당신의 쓰시마, 쓰시마 섬
- 최정례 시집, 『캥거루는 캥거루고 나는 나인데』, 문학과 지성사, 2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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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다가 문득 가족의 발바닥을 들여다 본 적이 있는가,
이불 한 쪽으로 삐져나온 가족의 발,
생의 아픈 질곡의 물결들이 고스란히 흘러간 자국이 남아있는 처연한 발,
이제 그 가족도 나이들어 곤히 잠들어 있는 발을 보며 시인은 문득
징용 간 혈육을 생각 해 내고, 그 지아비를 기다리다 오래 전 작고한 친척을 생각한다
잠시 바라 본 내 가족의 발이 다시 낯설어 보이며, 낯 선 섬같아 보이며
측은 해 보이며, 같이 한 지붕 아래 살고 있지만,
늘 옆에 있어서 내 소유라고 여겼는데 문득 동 떨어져 보인다.
쓰시마 섬은 한 때 조선이 정벌하여, 우리 땅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우리 땅이 아닌 것처럼.
무심하였던 우리들의 일상 속에서
우리 몸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나의 신체의 일부인
너와 나의 인생의 가장 밑바닥을 묵묵히 지탱하며
세상 모든 진창을 아프게 디뎌 온 쓸쓸한 발바닥,
잠 안오는 밤,
내가 그대라고 생각하는 이의 발바닥을 한 번 들여다 보자,
그 발바닥도 충분히 경배 받을 만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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