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김충규] 바닥의 힘

문근영 2013. 8. 22. 11:47

바닥의 힘

 

김충규

 

 

 갓 태어나 바닥에서 자란 사람, 갓 죽을 때 바닥에 눕는다 사람의 일생이란 무어냐, 한 문장으로 줄이면 바닥에서 시작하여 바닥으로 끝나는 것이다 바닥을 딛고 일어난 힘으로 걸었고 뛰었고 지치면 쉬었고 하고 싶으면 바닥에서 정사를 나눴고 병들면 바닥에 누웠다 지하역의 노숙자도 청와대의 대통령도 바닥에 눕고 바닥을 딛고 살아간다 제 아무리 떵떵거리며 살던 사람도 추락하기 시작하면 바닥에 닿는다 바닥은 추락의 마지막 지점, 바닥을 피해 물속으로 몸을 던진다 해도 그곳에도 바닥이 있다 죽어 무덤에 대한 애착을 갖는 것도 바닥에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바닥에 등을 댄다는 것, 그것은 바닥의 힘에 순응하는 것, 바닥이 등을 밀어 올려준 힘으로 오늘 내가 호흡을 이어간다 바닥이 등을 밀어 올려주지 않으면 영영 바닥에서 등을 뗄 수가 없다 호흡 정지, 죽음이다 생과 사의 모든 것을 관장하는 건 바로 바닥이다 바닥이 神이다

 

 

 

-출처 : 『현대시학』(2009. 8)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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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규 시인이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바닥에 누워 잊혀져간다

살아서 죽음을 노래하던 모습으로 돌아간 것일 뿐

시인 한 사람 죽었다고 세상이 비굴하게 떠들지 않는다

나그네로 왔다가 떠나온 곳으로 돌아간 것이다

살아서나 죽어서나 바닥과 동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화자의 말은 옳다

시 속에 나타난 표현들 일일이 옳다

바닥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존재

어찌 보면 참 무력하거나, 그렇게 운명 지워진 것일 지도 모른다

점심을 먹고 앉아서 같이 TV를 시청하다 비스듬히 누웠는데 잠이 온다

따뜻한 곳을 찾아 등을 대고 누우니 금방 잠이 몰려왔다

내 몸을 그만 침대 바닥에 누이고 만 것이다

직립인간이 수평인간으로 바뀌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고문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혼자 겨우 들어가는 캐비닛 속에 집어넣어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 속에서 지치면 잠도 오겠는데

처절한 상황에서는 직립으로 잘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리라 짐작이 간다

바닥을 피해 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바닥이 神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바닥은 교주다

바닥을 외면하면 곧 죽음이다

사람이 가장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이 바닥인 지도 모른다

삶이 거의 바닥에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가

산을 오르는 건, 바닥의 나태를 점검하는 인간의 오기에 다름 아니다

그는 결국 바닥으로 되돌아와 삶을 영위한다

바닥神 곁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운명

아, 사람아, 지극히 무력한 존재여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가우/박창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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