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고영민
길가 돌멩이 하나를 골라
발로 차면서 왔다
저만치 차놓고 다가가 다시 멀리 차면서 왔다
먼 길을 한달음에 왔다
집에 당도하여
대문을 밀고 들어가려니
그 돌멩이
모난 눈으로
나를 멀끔히 쳐다본다
영문도 모른 채 내 발에 차여
끌려온 돌멩이 하나
책임 못 질 돌멩이를
집 앞까지 데려왔다
-출처 : 시집『사슴공원에서』(창비, 2012)
-사진 : 다음 이미지
---------------------------------------------------------------------------------------------------
요즘도 가끔 길을 가다
이 짓을 한다
어렸을 때는 더러 했고
대체로 이 짓은 따분하거나 시무럭해졌을 하는 짓이다
때로는 아무 생각 없이 무심코 하게 되기도 하지만
집중할 수 있어 내가 가야할 거리를 단박에 가게 하는 역할도 해 준다
화자가 길가에서 돌멩이 하나를 골랐다고 하는데 맞는 말이다
아무 돌멩이나 차고 가지 않는다
재미로 차고 갔다고 치자
수없이 차인 그 돌멩이 상처가 많이 났을 텐데
무생물이라 아프지는 않았을까 그 생각을 안 하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내 본위로 차고 생각하고 즐기는 것이다
화자가 돌멩이를 의인화해서 나를 멀끔히 쳐다본다고 한다
나의 처지였을 것 같은 생각을 하면 어떨까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은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모두 가치가 있고 그 역할이 다 있는 법이다
최근에 내가 차고 갔던 건 돌멩이도 있고 땡감도 있다
이것들은 찼을 때 보내고 싶은 데로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난 것이나 둥근 것이나 내 발에 차인 후에는
제 성징대로 가는 것이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세상에서 내 마음먹은 대로 되는 일은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우리가 이런 점을 이해한다면
사람 사이에 아무런 불평이 없을 것 같다
약간은 강제였으니 아름다운 동행이라 말할 수는 없어도
함께 한 그 순간만은 서로에게 집중했다는 것만으로도
동행은 의미있었다고 할 수 있다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스크랩] [김충규] 바닥의 힘 (0) | 2013.08.22 |
|---|---|
| [스크랩] [채천수] 무면허의 봄 (0) | 2013.08.22 |
| [스크랩] [장영수] 메이비 (0) | 2013.08.22 |
| [스크랩] [안도현] 그 집 뒤뜰의 사과나무 (0) | 2013.08.22 |
| [스크랩] [김남주] 세월 (0) | 2013.08.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