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고영민] 동행

문근영 2013. 8. 22. 11:47

 

 

 

동행

 

고영민

 

 

길가 돌멩이 하나를 골라

발로 차면서 왔다

저만치 차놓고 다가가 다시 멀리 차면서 왔다

먼 길을 한달음에 왔다

집에 당도하여

대문을 밀고 들어가려니

그 돌멩이

모난 눈으로

나를 멀끔히 쳐다본다

영문도 모른 채 내 발에 차여

끌려온 돌멩이 하나

책임 못 질 돌멩이를

집 앞까지 데려왔다

 

 

 

-출처 : 시집『사슴공원에서』(창비, 2012)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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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가끔 길을 가다

이 짓을 한다

어렸을 때는 더러 했고

대체로 이 짓은 따분하거나 시무럭해졌을 하는 짓이다

때로는 아무 생각 없이  무심코 하게 되기도 하지만

집중할 수 있어 내가 가야할 거리를 단박에 가게 하는 역할도 해 준다

화자가 길가에서 돌멩이 하나를 골랐다고 하는데 맞는 말이다

아무 돌멩이나 차고 가지 않는다

재미로 차고 갔다고 치자

수없이 차인 그 돌멩이 상처가 많이 났을 텐데

무생물이라 아프지는 않았을까 그 생각을 안 하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내 본위로 차고 생각하고 즐기는 것이다

화자가 돌멩이를 의인화해서 나를 멀끔히 쳐다본다고 한다

나의 처지였을 것 같은 생각을 하면 어떨까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은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모두 가치가 있고 그 역할이 다 있는 법이다

최근에 내가 차고 갔던 건 돌멩이도 있고 땡감도 있다

이것들은 찼을 때 보내고 싶은 데로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난 것이나 둥근 것이나 내 발에 차인 후에는

제 성징대로 가는 것이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세상에서 내 마음먹은 대로 되는 일은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우리가 이런 점을 이해한다면

사람 사이에 아무런 불평이 없을 것 같다

약간은 강제였으니 아름다운 동행이라 말할 수는 없어도

함께 한 그 순간만은 서로에게 집중했다는 것만으로도

동행은 의미있었다고 할 수 있다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가우/박창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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