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김남주
압제와의 싸움에서 나는 지고
이곳에 내가 갇힌 지 9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9년이란 세월 그것은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아홉 바퀴 돌고
달이 지구의 둘레를 백여덟 바퀴를 도는 행로라 합니다
나는 그동안 9년 동안
동산에서 해가 뜨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서산 너머로 달이 지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나는 자연으로부터도 버림받았으니
별 하나 내 머리 위에서 빛나지 않습니다
자본의 세계에서 쫓겨나
이곳에 내가 갇히고 9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9년이란 세월 그것은
신랑이 신부를 맞아 신방을 꾸미고
결혼 십 주년을 바라보는 해와 달입니다
새로 태어난 아기가 나무처럼 자라서 재롱을 피우고
아침 저녁으로 징검다리 건너 학교에 갔다올 나이입니다
나는 어제 보았습니다 거울 앞에서 반백이 된 내 머리를
그리고 돌아서서 나는 그려보았습니다 먼 산을 바라보며
6년 후의 내 모습과 마흔다섯 살이 될 한 여인의 얼굴을
취침 나팔 소리가 들리고 밤이 깊어갑니다
이제 내 귀는 가까워졌다 멀어져가는
간수의 발자국 소리밖에 듣지 못합니다
이제 내 눈은 벽과 천장과 이따금 감시통으로 나를 엿보는
간수의 눈밖에 보지 못합니다
나는 보고 싶습니다 이 밤에
잠자리를 펴는 여인의 허리를
나는 듣고 싶습니다 이 밤에
아기를 잠재우는 어머니의 자장가를
나는 보고 싶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행주치마 허리에 두르고 밥상을 차리는 주부의 모습을
나는 듣고 싶습니다 잠자리에서
늦잠꾸러기 남편에게 바가지를 긁는 마누라의 잔소리를
나는 보고 싶습니다 먼 훗날
바람에 날려 대지에 씨를 뿌리는 농부와 그 뒤를 따라오면서
흙으로 씨를 덮는 농부의 아내를
먼 훗날 사내가 다시 동에서 뜨는 해를 보고
서으로 지는 달을 보게 될 그런 날
- 시집 『사상의 거처』(창작과 비평사,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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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기에 있습니다.
중력의 영향을 받으며
세상이 흐르고
세월이 흐릅니다.
'나의 시읽기'는
내 몸과 정신이 아래로 주저 앉으려 할 때
곧추 세우고
허리를 펴서 하늘을 보려는 몸짓입니다.
하지만
시와 편지를 쓰며 15년을 지낸 시인의 시를
섣불리 짐작하지 못 하겠습니다.
이 시를 읽으며 드는
몹쓸, 상대적 자유가 부끄럽습니다.
신랑이 신부를 맞아 신방을 꾸미고
새로 태어난 아기가 나무처럼 자라서 재롱을 피우고
아침 저녁으로 징검다리 건너 학교에 갔다올 세월의
갇힘에는, 감히...
더이상... 말을 줄입니다.
6년이 지나 들을,
마누라의 '바가지 소리'를 그리는
갇힘에 대해서
-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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