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닿아야/ 김세영
눈물도 허공에서는
추락하는 빗물이다
볼을 타고 흘러
손바닥을 적셔야
비로소 눈물이 된다
번지점프를 하듯
자궁에서 뛰어 내릴 때도
허공에서는 울지 않았다
손바닥에 닿아야, 비로소
첫 울음보를 터뜨리며
강보를 적셨다
수많은 발자국에 패인
길바닥 구덩이에 고여
철버덕거리며 걷는
바짓가랑이를 적시면
빗물도 눈물이 된다
토굴을 파던 앞발이
토담을 쌓는 손이 되었던
직립원인의 기적도
가슴 털을 적시는 눈물을 닦으려는
수십만 년 된 기원이었다
자궁 속 흙바닥에
굽은 등뼈가 닿아야
몸속 깊은 곳, 마지막 눈물방울을
수의의 옷깃으로 닦고
잉카의 미이라처럼
보송보송한 잠을 품을 수 있다.
- 시집『물구나무서다』(문학세계사,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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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지가 늦게 일어나 놓고서는 가족에게 큰 소리 냈다.
동쪽 내륙을 제외하고 비가 온다더니
이 저녁은 공기가 축축하다
이런 날 뜻뜻한 바닥에 몸을 뉘이는 것도 중요하고
자세도 중요하다
바닥에 닿음은
구지 보고 싶지 않은 나의 저 밑바닥까지 본다는 것이고
그 구질함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갖고 살아 있다는 것!
나 하나를 우주 전체보다 사랑하는 이 있어
바닥에서 마주하고 있음을 깊숙이 볼 일이다.
며칠새 또! 추가된 욕창의 썪는 냄새가 스물스물 피어오르려 할지언정
나는 뻔뻔하게 사랑을 믿는다.
바닥은 나의 실체와 나의 소중함을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이다
바닥인 줄 아는 순간에는 볼 곳이 위 밖에 없더라
바닥, 또 바닥,
다시 바닥을 딛고 영원한 상승기둥을 타는!
우리는
처음부터
'바닥과 바닥의 손잡음' 이었다.
서로에게 닿기 위해
차갑고 더러운 바닥에 무릎을 대는
너와 나
우리가 하늘이다.
-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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