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김상윤] 편지

문근영 2013. 8. 13. 12:00

 

 

 

편지

 

김상윤

 

 

바람 우체부가 배달을 갔다

편지들은 투명한 대기 속을 날기도 하고

땅바닥을 딛고 점프하며 주인을 찾아갔다

 

구백구십구 통째 편지가 간 날

하늘에서 하얀 소식이 왔고

나무는 공부를 시작했다

 

백구십구 권 끝냈을 때

몸에서 수천의 새들이 혀를 내밀고

노래를 불렀다 몸이 일렁일 땐 파도소리

바다가 왔다

 

다시 계절이 돌아오고 매일 밤 편지를 썼다

아침마다 바람 우체부가 배달을 나갔다 

 

 

 

-출처 : 시집『슈뢰딩거의 고양이』(만인사, 2012)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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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다

바람 우체부에게는 달린 발도 자전거도 오트바이도 택배차량도 없다

그럼에도 자유자재로 다닌다

날기도 하고, 점프도 한단다

그럼에도 주인을 정확히 찾아간단다

이것이 바로 바람 우체부의 자유다, 상상의 날개를 맘껏 펼치는 시인의 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구백구십구 통의 편지 다음이 바로 천 번째 편지인데

하늘에서 하얀 소식이 왔다는 건

속설에 종이학을 천 번 접어 날리면 행운이 온다는 건데

아마도 수천의 새들이라고 했으니 학이 아닌가 상상해 본다

 

수 천의 새들이 들려주는 노래는 분명 엄청난 화음에

그 소리마저 우렁차서 음의 파장이 마치 파도가 밀려오는 듯 했으리라

 

이런 기막히는 상상을 하고도 시인은 상상의 끈을 놓치 않는다

계절이 바뀌어도 날마다 편지를 쓰고 상상의 우체부는 날마다 배달을 나간다

 

편지,

옛날에는 '편지 왔어요'라는 말만 들어도 설레었다.

기계화 된 편지는 자주 쓰지만 육필로 된 편지는 좀체로 쓰지 않는다

낭만이 죽었다고나 할까?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가우/박창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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