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을 향해
김옥경
천태산 자락
은행나무 한 그루
살아 천년
가슴에 품어온 사연들
수천수만의 잎으로 피어
설법을 담아놓은
경전이 되었나
멀고 먼 사바를
탐욕으로 건너온 중생들
귀와 눈을 맑게 하고
마음을 정하게 하려
두 손 모아
님을 향해 나아갈 때
정수리 위로
노랗게, 노랗게 빗질하는
바람소리
-출처 :『천 년의 하루, 하루』(시와에세이, 2012)
-천태산은행나무를사랑하는사람들 작품집
-사진 : 다음 이미지
--------------------------------------------------------------------------------------
세상에는 기이한 것들이 많지만
살아 있어 그 생명의 천혜가 누리에 벋친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
천년을 살아 오가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천태산 자락의 은행나무
사람의 생명을 80으로 본다면 무려 13배나 더 살아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기껏해야 80이고 길어야 100이다
그것도 아무나 그런 것은 아니다
나무도 그렇다, 그러나 사람보다 제 생명을 더 사는 게 나무들이다
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에만 만물의 영장처럼 행세를 하지
60만 넘어도 별 볼 일 없다
천년을 살아 있다는 건 신비다
그 신비 앞에서 절을 하거나 비는 행위는 미신이라기보다
영험한 것에 대한 예의요 경외다
늦가을 노랗게 물든 은행잎 앞에서는
차마 나이 듦을 말할 수 없다
해마다 저 변신은 변화가 없다
변신에 변신을 더하여 천년을 이어가는 생명력이란
가히 우러러볼 만하다
아름드리 몸체 위로 흐르는 바람소리야 말로
나를 통째로 감아올릴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떨어지는 잎새가 빗어주는 빗질이면
사바의 더러운 마음 다 씻기고 싶다
감히 님이라 부르는 시인의 마음이 깊어 보인다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스크랩] [고진하] 거룩한 낭비 (0) | 2013.08.13 |
|---|---|
| [스크랩] 장롱을 부수고 배를/ 김성규 (0) | 2013.08.13 |
| [스크랩] [고영민] 통증 (0) | 2013.08.13 |
| [스크랩] [김상윤] 편지 (0) | 2013.08.13 |
| [스크랩] [김규동] 바다 (0) | 2013.08.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