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장롱을 부수고 배를/ 김성규

문근영 2013. 8. 13. 12:01

 


장롱을 부수고 배를/ 김성규

 

 

집집마다 아우성이다 장롱을 부수고

배를 만드는 사람들, 냉장고를 타고 떠내려가는 사람들

쓰레기들이 꾸역꾸역 밀려드는 길거리

떠내려가는 집에 실려 둥근달을 바라본다


물의 아가리가 전봇대를 씹어먹고

유리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물을 퍼내자

밀려오는 허기, 털벌레들이 몰려와

도로와 마을을 뒤덮듯

허기는 내 몸 어디에 숨어있다 밤마다 나타날까

육각형의 상자에서 튀어나온 토끼처럼

깔깔거리는 창녀들이 유리문 밖으로 손을 흔든다

죽어라, 차라리 죽어, 더 크게 울어도

사내들에게 머리채가 잡혀 끌려다녀도

새벽이면 다시 거지와 깡패들이 사라지는 한철

물 위를 떠다니는 쓰레기가 반짝인다

서로의 목을 감으며 사내들이 허우적거린다

어디쯤까지 떠내려가야 배가 멎을까

잠을 자다 빠져나와 보니

모두들 익사체로 인사하는 밤

두꺼비만한 달이 구름을 밟고 기어나와

물속에 잠긴 도시를 비춘다

과자봉지와 죽은 돼지가 진흙에 섞이고

들판의 곡식들이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 숙이면

지상에 꺼진 가난의 등불은 다시 타오르리라


바람 빠진 풍선 같은 젖가슴을 만지며

사내들이 늙은 창녀들을 밀어내던 방

깔깔거리던 웃음소리가,

술집과 병원의 간판이,

홍수 속을 떠다닌다 창녀들을 태운 유리배가

보이지 않는 물결 너머로 떠내려갈 때

나도 장롱배를 만들어 타고 멀리서 손을 흔들어 주었다

 

 

- 『현대문학』(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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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아의 시발견>


 

생각보다 난 새 거다


아니다

태어날 때부터 소지한 모순을 갖고

죽음을 향해가는 자이다.


새 것이

몹시도 그리운 밤이 있다.

새 땅에 손수 정성스러운 재료로 짓고

하나 둘

고운 마음으로

고운 마음이 담긴,

고운 물건들만 옮기는 것이다.

서두르지 않고…….

벽지까지도 깊숙이 이뻐야한다.


아! 아주 취약한 분야인 서류 처리도 해야겠지.

완전치 않은 내가 장롱을 타고 휘젓는 애를 써도 결과는 지리멸렬하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한다는 되뇌임으로

거죽들을 허우적인다

새롭고자 발버둥을 쳐도 빠지게 되는 뻘처럼


그렇기에! 

결벽치 않은 사람과 사람이 연대하여서 새로운 것을 도모한다.

그 동안은 신이 난다.

당분간은 둥당둥당 좀 더 수월하다


허술한 구멍을

들락날락 하는 창녀들

견디지 못할 가려움들

더러운 변명들에 맞서느라 더 긁어댄다.


세 줌 아니 두 줌,

한 줌도 안될 미련거리를 담은

장롱 따위에 짓눌리느니

떠내려 가보는 거다.

가난한 게 낫다.


황태후는 남편 사후에

그의 첩을

그녀의 분노의 크기만큼 절단하고는

몸통으로 굼벵이처럼 기도록

돼지 우리에 넣었다 한다.

최근 뉴스는 중국 구 국무총리 내연녀를

그의 처가 인체전시표본으로 만들었다 하여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우리 모두 한 때 분노한 적이 있다.

권력과 부가 있었다면

참았을까?

나는 이 세상의 권력도 부도 없기에

서태후나 국무총리 처처럼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가난한 자는 행복하다. 큰 죄를 짓지 않아서 .

자신이 추워봤기에 창녀들에게 옷을 덮어줄 수 있다.


새로움은 나에게 손을 흔든다.

미련부터 부수라고

그 위에 올라서 관망해야

모순과도 손을 흔들며 그저 흐를 수 있다고


달이 나를 본다.

그저

왜곡됨 없이

그저 달이다.


모양이 달라져도 달

가려져도 달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비매/김선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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