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이문재] 사랑이 나가다

문근영 2013. 8. 13. 11:54

 

 

 

사랑이 나가다

 

이문재

 

 

손가락이 떨리고 있다

손을 잡았다 놓친 손

빈손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사랑이 나간 것이다

조금 전까지 어제였는데

내일로 넘어가버렸다

 

사랑을 놓친 손은

갑자기 잡을 것이 없어졌다

하나의 손잡이가 사라지자

방 안 모든 손잡이들이 아득해졌다

캄캄한 새벽이 하얘졌다

 

눈이 하지 못한

입이 내놓지 못한 말

마음이 다가가지 못한 말들

다 하지 못해 손은 떨고 있다

예감보다 더 빨랐던 손이

사랑을 잃고 떨리고 있다

 

사랑은 손으로 왔다

손으로 손을 찾았던 사람

손으로 손을 기다렸던 사람

손은 손부터 부여잡았다

 

사랑은 눈이 아니다

가슴이 아니다

사랑은 손이다

손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손을 놓치면

오늘을 붙잡지 못한다

나를 붙잡지 못한다

 

 

 

-출처 : 『현대문학』(2006. 7월)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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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과 만나면 분위기를 만든다며

그 무엇인가 전기가 통한다는 손을 살며시 잡아보고는

얼굴이 붉어졌던 경험이 있으시지요?

시인은 사랑이 손에서 출발한다고 합니다.

사랑은 몸의 어떤 특정 부위가 아니라 바로 손에서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언제 그의 손을 잡았었는지, 언제 그녀의 손을 잡았었는지 기억해 보십시오.

손을 잡는 순간 모든 것이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지 않으셨습니까?

손을 잡지 않은 사랑을 어찌 상상할 수 있을까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두 사람이 하는 행위 중에

가장 많이 하는 것이 바로 손을 잡고 있는 것이고 그 시간이 가장 긴 것입니다.

마주 바라보는 눈일 것 같습니까, 아니면 좋아한다는, 사랑한다는 말이겠습니까?

어느 것보다 더 많은 말을 하는 것은 바로 손입니다.

사랑은 손이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사랑을 놓치는 것은 손을 놓치는 것입니다.

사랑을 놓쳤을 때 가장 슬퍼하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바로 손입니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한동안 멍하니 먼 곳을 바라보게 되지요.

공연히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다 지치게 됩니다.

손이 무슨 말을 하는지, 손이 어디에 있는지 늘 살펴서

사랑에 시름이 들지 않게 해야 합니다.

시제가 ‘사랑이 나가다’인데

이 말은 사랑을 놓친 상황 즉 손을 놓친 상황을 말하는 것이군요.

사랑 관리 잘 하셔야겠습니다.

사랑을 놓친 손은 오늘이 아니고 이미 내일 , 과거라는군요.

과거에 묻힌 사람보다는 오늘 사랑하며 사는 것이 더 잘 사는 것이겠지요?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가우/박창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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