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고두현] 뒷짐

문근영 2013. 8. 12. 11:40

 

 

 

 

뒷짐

 

고두현

 

 

앙증맞게 뒷짐 지고

놀이터 천천히 걸어가네

다섯 살 건이

 

맨손으로라도

짐일랑 뒤에 져야 무겁지 않다는 걸 아는지

보이지 않는 것도 무게가 있다는 걸

또래보다 먼저 알고 연습하는 건지

건너편에서 혼자 노는 녀석의

풍선 공 탐이 나는지

저도 한 번 굴려 보고 싶어

무슨 궁리를 하는 건지

남에게 말하기 전에 곰곰

생각해야 한다는 걸 알기라도 하는 건지

빈손은 항상 뒤로 감춰야 한다는 걸

깨닫기라도 한 건지 원,

 

먼발치서 어른들이

뒷짐 지고 빙그레

보고 있는 것도 모르고 참!

 

 

 

-출처 : 『서정시학(2006. 겨울)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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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과 무엇 사이라는 말이 참 재미있다.

다섯 살 난 건이를 멀찌감치서 바라보는 어른들처럼

아이와 어른들 사이, 3차원의 공간 사이에 평화로운 봄날 오후의 풍경 위로 우주와 근본의 섭리가 고요하게 겹쳐진다.

 

아이로써는 감히 흉내낼 수 없는 앙증맞은 모습이

너무나 어른스러워 그걸 바라보는 어른들 마음에 온갖 생각이 들게 만든다.

 

-맨손으로라도 짐일랑 뒤에 져야 무겁지 않다는 것

-보이지 않는 것도 무게가 있다는 걸 또래보다 먼저 알고 연습하는 것

-건너편에서 혼자 노는 녀석의 풍선 공 탐이 나서 저도 한 번 굴려 보고 싶어 무슨 궁리를 하는 것

-남에게 말하기 전에 곰곰 생각해야 한다는 걸 알기라도 하는 것

-빈손은 항상 뒤로 감춰야 한다는 걸 깨닫기라도 한 것

등등...

 

내가 하는 짓을 남이 알면 재미가 없다.

나의 주인은 나니까 내 본위로 생각하고 일을 행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즐거움을 가져다 주는 원천이다.

계획된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즐거움은 줄어들고 만다.

어른들을 궁금하게, 웃게 한 그 사실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어른들의 오후 한때를 즐겁게 한 건이의 행위가 자연발생적이었으니 말이다.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가우/박창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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