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이성부] 산 1

문근영 2013. 8. 11. 16:33

 

 

산 1

 

이성부

 

 

더 높이 오르려는 뜻은

맑게 눈 씻어

더 멀리를 바라보기 위함이다

 

멀리 첩첩 산 굽이에서라야

나는 내가 잘 보인다

 

 

-출처 : 시집 『도둑 산길』(책만드는집, 2010)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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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아래서 올라야 할 산을 쳐다보는 일이란

나에게는 엄청난 고통이다.

무릎이 튼튼하지 못해 빨리 오를 수도 없거니와 동행에게 늘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큰 마음을 먹지 않는 이상 높은 산 오르기는 대체로 피하는 편이다.

 

정상에 올라보면-낮거나 높거나 간에-멀리 내다보이는 모습에 가슴이 탁 트이고

마음까지 즐거워지는 걸 보면 더 높이 오른다는 것에 목표를 두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세상살이에서 산의 정상에 오르는 것을 인생에서의 성공에 비겨 말하는 이들이 많다.

그 만큼 힘들여 이뤄내서 그런 것이리라.

 

시인이 산을 더 높이 오르려는 뜻은 맑게 눈 씻어 더 멀리를 바라보기 위함이라 한다.

앞에서 인생에서의 목적을 읽었다면 여기서는 정신적 승화를 읽는다.

나를 잘 다스리지 못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로 들린다.

세상의 굽이굽이에서 만난 역경을 잘 이겨낸 것처럼

산을 오르며 험난함 앞에서 나를 이겨낸 순간이야 말로

나를 제대로 살펴보는 계기가 되는 것이라 믿기에

나를 잘 다르려 나를 바로 세우고 세상에 바르게 나아가려는 의지를 불태우는 것이라 믿어본다.

 

산은 있었으나

사람은 산을 잘 모른다.

산은 미지이고 미지를 찾아가서 미지와 친하지 않고서는

나를 잘 안다고 말할 수 없다.

더러는 그런다, '내려올 걸 왜 오르느냐고?'

체력이 밑바침이 되지 않았을 때 나도 그랬다.

산을 오르려 초입에서 몇 백 미터 갔을까, 기진맥진하여 허느적이는 내가 나도 싫었다.

잠시 정신 차려 추스른 다음 오르긴 했지만 채면이 말이 아니었다.

이젠 나도 지리산 종주 정도는 할 수 있다.

좀 느리긴 하지만 쉬면서 나를 다스리며 가는 길이라 힘들어도 간다.

 

걸어서 하늘과 가까워지는 방법은 높은 산에 오르는 것밖에 없다고 한다.

진정한 나를 찾아 산으로 떠나보십시오.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가우/박창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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