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박영석
나는 그를 심었다
물을 주고 꼭꼭 밟아주었다
뿌리를 덮고 있는 흙을 가만히 쓰다듬어주었다
줄기를 가시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는 잎으로 피었다
꽃봉오리로 맺혔다
꽃나무로 서 있었다
그가 빨간 장미로 필 때 나의 쓰다듬음은 빨갰다
그가 노랑 장미로 필 때 나의 쓰다듬음은 노랬다
그가 흰 장미로 필 때 나의 쓰다듬음은 하앴다
쓰다듬었을 뿐인데
오월이 오고
쓰다듬었을 뿐인데
나비가 날고
쓰다듬었을 뿐인데
바람이 불고
이파리들이 자꾸 시퍼래졌다
단지 쓰다듬었을 뿐인데
모자 속에서 비둘기가 나오듯이
-출처 : 시집『공이 오고 있다』(지혜, 2012)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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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내가 한 일과 그가 한 일로 대비 된다.
인간은 당연한 현상에 살면서 그걸 인정하면서도 아직 존재에 대한 부정으로 날을 샌다
어찌 보면 참 불쌍한 존재들이 아닌가 싶다.
볼라벤이 지나가서 엄청나게 당황했을 텐데 도시와 농촌과 어촌에서의 상황의식이 사뭇 다르다.
그 와중에도 직접적인 피해를 당한 사람과 당하지 않은 사람과의 의식 괴리가 엄청 나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햇빛, 물, 공기, 흙이 아니겠는가?
이것들로부터 우리는 모든 에너지를 공급 받고 있는 것이다.
어느 것 하나만 없어져도 생명을 보장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이것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 만약에 있다면 자신이 神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그야말로 그 위대성을 보고 싶은 것이다.
세상에는 이런 허망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자들이 더러 있다.
창세기 이래로 존재론적 인식이 공동선상에서 이루어져 왔고 지금도 그러하다.
이 시에서 우리가 읽고 있는 햇빛이라는 이미지는 누가 인정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닌 절대적인 존재론적 인식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 심연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이만큼 컸다는 것, 누군가가 쓰다듬어서 그리되었다는 것, 쓰다듬지 않고 영향을 준 것은 그 나름의 에너지가 공급되었다는 것이다.
고맙고 감사할 일이다.
그가 한 일을 내가 온전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어린 아이 눈에 비친 모자 속에서 비둘기가 나오는 것처럼 이것은 不可知의 영역이다.
현상 저편의 이야기를 현상에서 즐거이 보고 있는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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