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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임윤] 피리 속으로 사라지다

문근영 2013. 8. 11. 16:31

 

 

 

 

피리 속으로 사라지다

 

임윤

 

 

이란 소금동굴에서 발견된 천오백년 전 사내, 일그러진 해골 일곱 구멍엔 꼬물거리는 바람이 틀어 앉았다네 단숨에 빠져나온 공기가 음계의 시작이었다지 퇴적층이 그어놓은 오선지 위론 암염의 음표들이 반짝거렸다더군 비음 흥얼거리던 구멍마다 잃어버린 시간들로 넘쳐났겠지 사막으로 내통한 이음매가 풀리자 비단길에도 피리 소리 흩날렸다 하네 별들은 굽이치던 선율 따라 사구 너머로 곤두박질쳤다나? 그 소리에 놀란 쌍봉낙타 숨구멍이 뻥 뚫렸다더군 신기루를 그려낸 바람의 손가락, 곡선에 걸린 피리 소리는 그의 비명이었다 하네

 

 

 

-출처 : 시집『레닌 공원이 어둠을 껴입으면』(실천문학사, 2011)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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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집을 내는 시인의 시적 사유 탐색하기

-임윤의 시「피리 속으로 사라지다」를 읽고

 

 시인의 첫 시집을 읽는 일은 참 곤혹스러울 것 같다. 첫 시집을 묶는 시인의 시 세계를 잘 모르고 있을 때는 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첫 시집을 읽는다는 매혹에 빠져 자칫 비평의 특권인 창조적 오독을 행할 수도 있겠고, 시인과 더불어 미정형의 시 세계를 다듬어 나가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시에는 임윤 시인의 시 쓰기와 연루된 비의성이 내밀히 간직돼 있다.

 첫째로 시인이 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둘째로 시를 어떻게 쓰려고 하는지

 셋째로 그렇게 씌어진 시가 어떠한 미의식을 지녔는지

에 대한 시적 사유를 우리는 엿볼 수 있게 된다

 

 시인이 욕망하는 시란, 사막의 오랜 소금동굴에서 발견된 해골 구멍으로 넘나드는 바람이 자아내는 공명(共鳴)이 비단길에 흩날리면서 사막의 뭇 존재와 자연스레 어울리며 들려오는 마성(魔性)이다. 황량한 사막의 적요를 모래바람과 함께 배회하는 마성은 이른바 인골적(人骨笛)의 소리인바, 해골의 일곱 개 구멍 사이로 사막의 바람은 들고나면서 사막 특유의 신비한 소리를 자아낸다.

 

 그것도 무려 “천오백 년”의 시간의 내력을 지닌 채, 시인에게 이 인골적(人骨笛)의 소리는 바로 시의 운명으로 다가온 게 아닐까. 육신을 소멸하여 뼈만 앙상히 남았으되, 그 뼈는 쓸모없는 대상이 아니라 뼈에 난 구멍을 통해 바람과 함께 오묘한 피리 소리를 내는 인골적(人骨笛)의 생명을 부여받는다. 따라서 시는 죽음을 초월한다. 인골적(人骨笛)의 소리가 사막의 구석구석에 깃든 적요를 동요시켜 사막의 생을 깨우듯이, 시 또한 인골적(人骨笛)과 같은 역할을 기꺼이 맡는다.

 

 임윤 시인의 이러한 시 쓰기의 비의성은 이번 시집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특히 그의 시에 번번이 등장하는 재소 고려인과 재중 동포 그리고 탈북 이주민의 삶과 현실을 노래한 시편에는 방금 살펴본 인골적(人骨笛)의 역할로써 시 쓰기의 진정성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문학평론가 고명철 님이 쓰고 詩하늘에서 엮음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가우/박창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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