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가늘다
임윤
허공으로 쑥쑥 내민 손
낭창낭창 가는허리
철새들이 남쪽 향해 깃털 고르면
사할린의 풀들은 마음이 바빠진다
-출처 : 시집『레닌 공원이 어둠을 껴입으면』(실천문학사, 2011)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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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제가 「여름은 가늘다」인데 나는 사할린의 여름은 짧다라고 읽고 싶다.
동토의 여름은 늦게 와서 일찍 끝나는 곳이다.
추운 곳에서의 삶이란 살아본 사람만이 계절의 흐름을 알고 그 흐름에 맞추어 삶의 계획을 세운다.
준비라는 게 여기에서처럼 더 필요한 게 있겠는가?
추운 곳에서의 생활이란 얼음처럼 늘 무겁게만 느껴지지 않을까?
더께더께 들어붙은 삶의 때를 벗어버릴 수 있는 때가 여름이고 무거운 옷을 벗어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때가 여름이라
얼마나 홀가분하겠는가?
'허공으로 쑥쑥 내민 손'이라 할 만큼의 가벼움과 기꺼움이 여름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
'낭창낭창 가는허리'는 또 어떤가? 무거운 옷을 벗어버린 가벼움도 그렇지만 허리를 지탱하던 지방들이 다 빠져나가는 느낌이란 이루말할 수 없는 기쁨이리라.
사할린의 늦여름은 우리 사는 곳의 늦가을과 같아서 철새들이 따뜻한 남쪽나라로 떠날 채비를 하는 때다.
'깃털을 고른다'고 했다. 준비가 철저함을 알게 한다.
덩달아 '풀들은 마음이 바빠진다'고 한다. 이것 또한 겨울 날 준비를 암시하는 표현이 아닌가?
어릴 때 겨울이면 추워서 두껍고 무거운 옷을 껴입어도 무거운 줄 모르고 김이 무럭무럭 나게 뛰어다니며 놀이했다.
그땐 감기도 잘 들지 않았다.
봄이 오면 한 겹씩 벗어야 했고 여름이면 벌거숭이로 바닷가에 마냥 즐겁기만 했다.
홀가분하고 가볍고 날아갈 것 같은 기분에 하루가 즐거웠다.
이제는 그런 세월 잊기라도 한 것처럼 내 뇌리에서 까마득해졌다.
가끔은 그런 세월로 되돌아가고 싶은 충동에 빠지곤 한다.
임윤 시인이 시 속에서 말하는 보이지 않는 모습은 이별이다.
때가 되면 헤어져야 하는 사람살이의 모습 말이다.
자연의 모습에서 남쪽을 향하는 철새의 모습에서 속마음을 읽을 수 있다.
이별하는 이의 기원이라면 가서 잘 살아라는 것밖에 더 있겠는가?
이별 뒤에 남는 건 그리움이다.
그 그리움은 또 귀향을 노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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