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쪽 사원
함순례
산길은 무덤을 향하고 있다
산책길 찾아
이 길 저 길 더듬어보니 그렇다
가격家格에 따라 무덤의 위용과 무덤으로 가는 길도 달랐다
사람은 죽어서도 평등하지 않았다
나의 후생은 사람 두엇 걸어들어갈 수 있는
숲길 하나 얻는 것일까
혼자는 외로우니 두런두런 말 섞으며 걸어가면
어떤 슬픔도 측백나무 향처럼 부드러워지겠다
잘 죽기 위해 오늘을 사는 것
허나 저쪽 세상을 나는 모른다 우주비행처럼
발을 딛지 못하는 허방일까 황홀한 꽃밭일까
나는 저쪽 세상의 색깔을 모른다
양지바를까 짙푸른 미명일까 암흑천지일까
저쪽을 들여다보기에 나는 아직 이 세상이 너무 캄캄하다
그러니 저쪽은 가보지 않은 사원이다
은은한 경배의 자리다, 다만 때가 되면
울지 않고 여여하게 돌아가는 것
그 길은 만날 수도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 뿐이다
ㅡ『작가들』(2013. 여름)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가우/박창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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