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함순례] 저쪽 사원

문근영 2013. 7. 27. 17:40

저쪽 사원

 
함순례


 

산길은 무덤을 향하고 있다

산책길 찾아

이 길 저 길 더듬어보니 그렇다

가격家格에 따라 무덤의 위용과 무덤으로 가는 길도 달랐다

사람은 죽어서도 평등하지 않았다

나의 후생은 사람 두엇 걸어들어갈 수 있는

숲길 하나 얻는 것일까

혼자는 외로우니 두런두런 말 섞으며 걸어가면

어떤 슬픔도 측백나무 향처럼 부드러워지겠다

잘 죽기 위해 오늘을 사는 것

허나 저쪽 세상을 나는 모른다 우주비행처럼

발을 딛지 못하는 허방일까 황홀한 꽃밭일까

나는 저쪽 세상의 색깔을 모른다

양지바를까 짙푸른 미명일까 암흑천지일까

저쪽을 들여다보기에 나는 아직 이 세상이 너무 캄캄하다

그러니 저쪽은 가보지 않은 사원이다

은은한 경배의 자리다, 다만 때가 되면

울지 않고 여여하게 돌아가는 것

그 길은 만날 수도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 뿐이다

 

 


ㅡ『작가들』(2013. 여름)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가우/박창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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