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
최영철
낯선 저수지 앞에서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지난 해 물에 빠져 죽었다는 그녀
어릴 적 고모네 가며 함께 걸었던 누이
그러고 두세 번 보았을까
시집 가 아이 둘 낳았다는 풍문
신랑과 별거해 호프집 한다는 풍문
어느 날 가게 문 닫고 나가 감감무소식이라는 풍문
그리고 며칠 뒤
단골 총각과 함께 저수지 위로 떠울랐다는 풍문을
신문 귀퉁이에서 읽었다
고모는 우세스럽다며 입을 다물었지만
풍문에 쫓겨 수몰되었을 누이의 로맨스를
나는 알 것도 같다
풍문이 밝히지 못한 단말마의 흐느낌을
누구든 생의 끝 진실은 풍문이 되고 말 것이지만
누이의 늦은 사랑은 아무래도 풍문이 아닐 것 같다
그게 옳다면 바보처럼 죽고 말지만 말고
뭐라고 말 좀 해보라며
목이 멘 저수지 수면이 자꾸만 자꾸만
가슴을 쥐어뜯는다
나는 너무 늦게 이 저수지에 왔고
누이는 너무 늦게 사랑을 알았을 뿐이다
ㅡ『시에』(2008. 봄)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가우/박창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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