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육의 가계사
반칠환
자네 선조는 신이었다지. 반신반수 반인반수 사람과 동물과 신이 섞여 구분되지 않았다지. 할아버지 때는 메신저였다지. 불타는 제단에 올라 인간의 목마른 꿈을 먹구름 너머 전해 주었다지. 아버지 때만 해도 인간의 친구였다지. 목동이 등을 타고 피리를 불었다지. 삼촌 때 인간의 머슴이 되었다지. 한평생 무거운 짐수레 끌고 자갈밭을 갈았다지. 아직도 자네 모친은 인간의 유모라지. 세상 모든 아이들이 그 젖 먹고 자란다지. 위대한 가문의 후예인 자네는 어찌 된 일인가. 멋진 뿔과 두릿한 눈과 윤기 나는 털은 어디 두고 오셨나. 발굽은커녕 목방울 소리도 없이 선홍빛 마블링으로 오셨나. 무에 그리 바빠 삼십 년 긴 들판 두고 이십사개월령으로 오셨나. 도끼질도 칼질도 한 일 없으니 미안할 거 없다고? 뼈 시린 냉동고에서 오셨으니 지글지글 불판 아랫목 그립다고? 잘 구워진 안심 한 점 싱싱한 상추 수의 입는다. 풋고추와 마늘 부장품 데려간다. 질척한 어금니 화장터 지나 삼시 세끼 바쁜 혓바닥 장의차 타고 아리랑 목젖 넘는다. 꿀꺽~ 명치 아래 천하명당에 소무덤 봉분 불러온다. 버클 상석 풀어헤치고, 노련한 장의사들이 불판 앞에 마주앉아 소주를 따르고 노래를 부른다.
―『딩아돌하』(2013. 여름)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흐르는 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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