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강
이수익
나는
너의 살 한 움큼씩 뜯어먹고
오래 산다
너는
나의 생생한 피 한 됫박씩 훔쳐 먹고
오래 오래 산다
나와 너 사이에는
차마 죽을 수 없는 천년의 강물이
굽이치고 있다
사랑아
문門
이수익
여자가
사내의 몸을 가로질러
그 사내의 목이 기우뚱, 왼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
여자가 더욱 집중적으로, 품위 있게
탐닉하고 있는 것은
저들 스스로의 에로티시즘의 황홀한 기교가
지극히 파괴적이라는 것.
그녀는 왼쪽 팔로 사내의
수세에 밀린 듯한 입맞춤에 기꺼이 동조하려는 듯
깊고 깊은 언덕 아래로 자기 몸을 내던지는, 불가피한 수난을
당하고 있다는 것.
청동으로 된
여자와 남자가
하나로 엮어진 채
문門이라는 이름으로, 너무나도 뜻밖에.
—시집 『천년의 강』(서정시학, 2013)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이온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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