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고은] 어느 노동자

문근영 2013. 7. 26. 11:32

어느 노동자


고은

 

 

드물고 드문 일이었다

애꾸눈인 그는

벽돌 한 판을 찍어내는데

30분이 걸렸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몇 번인가 다시 찍었다

잠바 입은 사장이 내쫓았다

그는 혼자 벽돌을 찍기 시작하였다

그 벽돌은 잘 팔렸다

 

드문 일이었다

그는 벽돌 한 장 쌓는데

10분이 걸렸다

쌓은 뒤

몇 번인가 고개를 갸우뚱

다시 쌓았다

십장이 내쫓았다

쫓겨간 그는

집 한 채를 짓고 죽었다

소원성취

오랫동안 탈나지 않는 집이었다

 

드문 일이었다

드문 일이었다

그는 못을 박았다

박은 뒤

영영 빠져나오지 않도록 또 박았다

장도리가 아주 흥이 났다

누군가를 진실로 사랑할 수 있었다

 

 


―시집『속삭임』(실천문학사, 1998)
―장석남 시배달『사이버문학광장 문장』(2013년 7월 22일)

 

출처 : 시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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