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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권선희] 길을 보면 가고 싶다

문근영 2013. 7. 25. 15:52

길을 보면 가고 싶다

 

권선희

 

 

천천히 걸어가는 뒷모습이나

황급히 사라지는 길

간혹 길은 바다로 첨벙 뛰어들기도 했다

그럴 때면 얼음공장 벽에 기대어

물살 가르고 튀어 오르는 길의 노래를

따라 부르곤 했다

젖은 시멘트 바닥에서

비린내 쪼아대던 새들 날아오르면

뭍으로 오른 길들은

숲으로 걸어갔다

길이 지나는 자리마다

갯메꽃 피고 마늘순 노랗게 말라갔다

종꽃이 지고 뱀딸기가 익었다

너른 등짝이 모퉁이를 돌아가는 내내

돌담이 붉었다

 

 

 

ㅡ시집『구룡포로 간다(애지, 2007)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가우/박창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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