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수집법
장선희
칠레의 한 어촌, 안개에서 물을 얻어 쓰지요
높은 곳에 나무기둥을 세우고
플라스틱 물 수집판을 걸어 놓으면
궁금한 안개가 눈망울을 만들어 자박자박 걸어나온다지요
오선지엔 침목枕木을 걸어놓아야 해요 음악은 몸을 관통하는 힘이 있거든요 때론 뭉클, 한 방울 눈물에 고이기도 하지요 땀방울에 스며 물항아리 받쳐들던 젖가슴에서 미끄러져 뱅글뱅글 춤추기도 하지요 여객선 표식이 분명한 공기의 입자들 부드러운 처녀수處女水 그 긴 혀로 텅텅 되울림을 잣아올리지요 구멍, 벌거벗은 여자들이 나무로 자란 새벽, 투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안개가 발목까지 지워진 그림자를 끌고 나타나는 칠레의 한 어촌, 거기선 물방울도 알알이 음악으로 맺힌다지요, 자박자박
―『시와 경계』(2012, 겨울)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흐르는 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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