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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윤여준씨가 쓴 ≪대통령의 자격≫은 올 대선에서 어떤 지도자를 우리가 선택해야 할지에 대해 유용한 시각과 지식을 제공해 주고 있다. 국민생활을 중심에 둔 ‘균형감과 합리성’을 지닌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는 그의 논지에 동의하고 싶다. 세계화 시대에는 특정 이념에 포획되기 보다 극좌와 극우가 아닌 이상 다양한 이념적 배경을 갖는 여러 정책들을 국민생활의 개선을 위해 배열할 수 있는 통합적 구심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뜨거운 감자라 할 복지를 보기로 들면 성장을 동시에 고려하면서 세제개혁과 고용창출에 대해 실행가능하고 현실적합한 정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선후보들의 복지정책은 세부 실천방안이 없는 공약(空約)에 가깝다. 이번 대선이 구호를 통한 이미지 경쟁으로 치닫다 보니 표심을 자극하는 발언은 있지만 검증할만한 공약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정치는 무술이 아니라 예술에 비유된다. 그것은 힘과 형(刑)으로만은 되지 않는 앎과 예(禮)를 필수로 하는 지배의 도(道)와 술(術)이다. 그것은 강제력에 의존하되 명분을 필요로 하며, 또한 책략에 의거하되 도덕을 밑바탕으로 한다. 바꿔 얘기하자면 명분과 도덕 없는 정치가 맹목적이라면, 강제력과 책략 없는 정치는 공허한 것이다. 이러한 이율배반적인 속성으로 인해, 정치란 실제에 있어 리얼리티와 유토피아가 공존하는 야누스적인 모습을 띠게 되는 것이다.
한국정치는 민주화이후에도 ‘제왕적 대통령’이란 표현처럼 권위주의적 유제아래 지도자가 통치를 정치로 바꾸지 못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정치는 예술이 아닌 무술로 퇴락했고, 정치인의 재생산보다 정략가들의 충원이 주로 이루어졌던 것이다. 결국 한국정치는 본질적으로 정략가들의 단원적 투기의 장이었지, 결코 정치가들의 다원적 경쟁의 장이 될 수 없었다.
올해 여러 나라들에서 국가 리더십의 변화가 이루어진다. 우리의 경우 새로 선출될 대통령은 적자생존으로 특징지워지는 세계화 시대의 격랑 속에 나라 안팎의 심대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자질과 역할을 갖추어야 한다. 우리를 둘러싼 국제정치·경제의 역학, 동아시아의 변화, 한반도의 위상을 꿰뚫어 보면서, 안으로 사회적 양극화에 따른 갈등을 통합하고 바깥으로 남북관계의 개선을 통해 통일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도전과 좌절로 점철된 근현대사 100년을 마감하고 한국의 꿈을 국민 모두에게 키워 줄 수 있는 개척자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