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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부지런을 떨어 14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마드리드 공항이 가우디의 곡선의 미학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반긴다. 여기서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2시간 만에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20년 전 1992년 8월 88서울올림픽 다음의 개최지인 이곳의 도심중앙에 얌전하게 자리한 몬주익 언덕을 가로지르며 마라톤 금메달을 향해 내품었던 황영조의 거친 숨결이 귀에 닿는 듯하다.
버스로 1시간을 달려 톱니모양의 산을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 몬세라트 수도원에 다다랐다. 가우디가 이 산으로부터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 것도, 카사밀라, 구엘 공원과 150년째 짓고 있는 성가족 대성당을 둘러보면 빈말은 아닌 듯싶다. 우리나라 마이산을 닮은 말귀모양의 우뚝 솟은 바위 위에 휘날리는 분리독립을 외치는 카탈루냐 문장이 선명하다. 전통적 투우의 광기가 그대로 옮겨온 축구열풍도 이와 무관하지 않는 것 같다.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가 맞붙는 날이면 한일전 몇 배의 긴장과 환호가 터진다고 한다. 분리독립을 오랫동안 외치며 카탈루냐 문자도 따로 배우는 바로셀로나의 자존과 분노가 함께 하기에 더욱 그러리라 싶다.
돌산 위의 검은 성모상
이런 척박한 바위투성이의 돌산에 수도원을 건축한 그들의 신앙심이 경외로울 뿐이다. 이곳은 베네딕투스 수도원으로 나폴레옹 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보존한 검은 성모상을 모시고 있다. 이 영험한 성모상을 보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참배객의 줄이 끝이 없다. 튼튼한 유리관을 뚫고 봉긋하게 내민 성모 마리아의 오른손 손등은 수많은 기도의 화답처럼 반질반질했다.
대성당 앞의 성모 조각상의 눈길과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여러 각도에서 볼 때마다 눈길이 따라오고 표정이 변화한다. 천년 전의 작품인데 그들은 3D화면구성을 이미 터득했단 말인가. 피카소미술관에서 체험한 그림 속의 침대는 보는 위치에 따라 늘기도 하고 줄기도 했다. 어렵게 찾은 달리미술관에서는 치밀한 사실주의와 눈속임 기법에 다빈치가 20세기에 현현한 것 같았다. 프라도미술관에 소장된 벨라스케스 작품 시녀들도 그림 속의 화가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누가 객체인지 누가 주체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레이나 소피아미술관은 피카소의 게르니카 한 작품을 위한 미술관 같다. 가로 7.8미터 세로 3.5미터의 초대형 거작 앞에 숨이 막힌다. 전쟁의 부조리에 울부짖는 인간의 절규가 핏빛색 하나 없이 검은색 톤만으로도 장엄하게 울림과 떨림을 준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위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