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244 호 |
| 유학의 도란 무엇인가? |
| 이 광 호 (연세대 철학과 교수) |
선진유학, 훈고학, 사장학, 성리학, 고증학 등은 유학의 별칭들이다. 유학이 시대에 따라 명칭을 달리하지만 6경 4서를 경전으로 하는 유학의 이상은 변하지 않았다.
서구의 세계지배와 함께 객관적 분석적 가치중립적 학문인 과학이 유일의 보편 학문으로 인정되었다. 과학교육을 바탕으로 하여 우리사회는 100여년 사이에 엄청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수준, 올림픽 5위, 소녀시대 강남스타일 등 K팝을 통한 세계적 한류열풍을 접하며 우리 스스로의 능력에 도취될 만도 하다.
그러나 그 이면의 현상에도 눈을 돌리지 않으면 안 된다. 하루에 수십 건씩 발생하는 어린이 성폭력사태, 불특정 인물을 대상으로 한 폭력과 살인, 우울증과 생계곤란 등으로 인한 하루 평균 40명을 넘어서는 자살 사건 등은 우리사회가 발전과 함께 이상사회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와 반대인 디스토피아 사회로 되어 간다는 것이다. 성장과 변화 속에 가치와 질서가 무너진 상황에 직면하여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만 하는가?” “인간의 바른 삶의 길은 무엇인가?”라고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지금 우리는 “삶의 도는 무엇인가”라는 유학적 문제의식과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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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는 인간다움의 실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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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객관적 학문에만 익숙한 우리들에게 도를 지향하는 학문이라는 말이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공자는 “학자는 도에 뜻을 두어야 한다(士志於道)”고 말할 뿐 아니라 “아침에 도를 알게 되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朝聞道, 夕死可矣)”는 과격한 말까지도 하였다. 공자는 “누가 문을 통과하지 않고 방을 나갈 수 있겠는가? 그런데 왜 이 도를 따르는 사람이 없는가?”(誰能出不由戶? 何莫由斯道也?)라고 말하며 인간이라면 반드시 따라야 되는 길인 도를 강조하였다. 공자는 도를 알고 실천하기 위하여 노력하였을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제자들에게 가르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공자는 도를 중심으로 제자들을 가르치며 70평생을 살았지만 도가 무엇이라는 명쾌한 해답을 주지는 않았다.
도에 대한 명쾌한 답은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 孔伋)에 의하여 주어졌다. “인간의 본성에 따르는 삶을 도라고 한다(率性之謂道)”라는 것이 바로 그 해답이다. 인간의 본성은 인간의 안에 있으므로 삶이 지속되는 동안 떨어질 수 없다. 삶이 지속되는 동안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이 자신의 본성에 합당하게 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본성이 무엇인지 아는 것도 힘들겠지만, 시간과 공간적 상황 속에서 모든 일이 본성과 일치되는 삶은 산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본성이 실재한다면 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는 없다.
도의 근원은 하늘이다
사실적 객관적 인식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에 따르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 어떻게 학문이 될 수 있으며, 더구나 그것이 어떻게 진리를 인식하는 학문이 될 수 있을까? 과학적 객관적 진리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당연한 의문이며 불가능한 문제이다. 유학이 현대적 학문으로서 정립되기 위해서는 과학의 의문에 응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응답이 가능할 때 과학과 유학의 관계의 정립과 상호 협조와 보완이 가능하게 된다. “인간의 본성에 따르는 행위가 도이다”라고 하지만 본성의 실재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유학은 도를 지향하는 학문을 과학처럼 객관적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본성은 마음을 주인으로 삼는 실천적 삶을 통해서만 드러난다. 지와 행이라는 실천적 삶의 학문을 통해서만 도를 알 수 있다. 유학에서는 도의 원리인 본성의 근원은 하늘이라고 말한다.
자사(子思)는『중용』에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하늘이 명한 것을 본성이라고 하며, 본성에 따르는 삶을 도라고 한다” 하늘은 무엇인가? 과연 하늘이 실재할까? 현대의 과학은 하늘의 영역을 무한하게 확대하였다, 태양계 바깥에 우리가 소속된 우주가 있고, 우리의 우주를 넘어 수많은 은하계가 있다. 과학이 설명하는 것과는 다른 창조적 하늘이 과연 있을까? 객관적 관점에서 가장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 마음과 본성과 가치와 형이상의 세계이다. 그러나 마음과 본성과 가치의 입장에서 보면 그와 반대일 수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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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에서는 도의 근원은 하늘이라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으며, 공자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사람을 탓하지 않고 일상생활에도 도를 닦아 진리에 도달하니 나를 아는 자는 하늘이로다.(不怨天, 不尤人, 下學而上達. 知我者其天乎!)”라고 말하고 있다.
유학은 과학과 매우 다른 학문이기 때문에 과학이 극도로 발달한 이 시대에 과학의 병폐를 치유할 수 있는 희망의 학문이 될 수 있다. 맹자 역시 “자신의 마음을 다하면 본성을 알 수 있고, 본성을 알게 되면 하늘을 알 수 있다(盡其心者, 知其性也, 知其性則知天矣)”라고 하였다. 사실적 인식을 지향하는 과학과 가치로운 삶의 실현을 지향하는 유학은 지향과 방법을 달리 한다. 사실과 가치, 객체와 주체의 근원적 인식은 인간의 이상적 삶을 위하여 필수적인 것이다. 두 학문은 서로 보완하며 새로운 인류문화의 세기를 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포기할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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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이광호 |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 역서 :『성학십도』, 홍익출판사, 2001 『주역천견록』, 태동고전연구소, 2002 『근사록집해1,2』, 아카넷, 2004 『옛 문인들의 초서간찰』공역, 도서출판 다운샘, 2003 『궁궐의 현판과 주련1,2,3』공저, 수류산방, 2007 『이자수어』, 예문서원, 20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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