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담고 싶은 법정스님의 글

[스크랩] 실수로 저지른 일의 갚음은 실수로 받는다

문근영 2012. 11. 10. 07:53

부처님이 슈라비-스티의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한 노인이 일찍이 아내 를 잃고 어린 이들과 함께 가난히고
외롭게 살았다 그는세상의 덧없음을깨닫고출가하려고부처
님을 찾아가 그 뜻을 말했다‘ 부처님은 그를 가없이 여겨 출가
를허락했다
아버지는 나이기- 많아 비구가 되고 아들은 어리기 때문에
사미승이 되어 항상 아버지와 함께 마을로 들어가 걸식하고 저
물어서돌아왔다
그날도 그들은 먼 마을까지 가서 걸식을 하느라고 해가 저물
어서야 돌아오는길이었다 아버지는늙고쇠약했기 때문에 걸
음이 느렸다 아들은 숲 속에서 사나운 짐승들이 울부짖는 소
리 를 듣고 잔뜩 겁이 났다 그래서 급히 아버지를 부축해 밀고
가다가 그만 발을 헛디뎌 아버지 를 땅에 넘어뜨리고 말았다

아버지 는 그 자리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러니 아버지 는 아들에
의해 죽은셈 이었다
결국 사미 혼자 울면서 돌아오는 것을 보고 비구들이 그에게
물었다
·‘너 는 아침에 스승(아버지)과 함께 걸식하러 나가더나, 어째
서 같이 오지 않고 홀로 돌아오느냐?"
사미 는 스님들에게 사실 대로 알렸다. 스넘들은 그 사미 를 몹
시꾸짖었다
“너 는 아주 못된 놈이 구나, 제 손으로 빌쳐 스승을 죽게 하
다니’
그들은 곧 부처님께 이 일을 말씀드렸다. 부처님은 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 스승이 이미 죽었지 만, 그것은 사미가 악의로 한 일이
아니니라”
그러고는 그의 아들인 사미 를 불러 물으셨다
“너 는 네 스승을 밀쳐 죽였느냐?"
사미 는울면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제가 발을 헛디뎌 그리 되었지만. 악의에서 그
런 것은절대로아닙니다”
부처님은그의 말을 안정하고말씀하셨다
‘자미여‘ 네 마음을 냐는 알고 있다 너한테는 조금도 악의

가 없다. 지 나간 세 상에서 도 그와 같이 악의 없이 죽인 일 이 있
었느나라.
과거 무량전(아승 시김‘ 헤아릴 수 없는 긴 시간) 전에 부자끼 리 한
곳에 살고 있었다‘ 그때 아버 지가 병이 났는데 누워서 잠을 자
려 고 하면 파리가 이마에 날아와 자꾸 귀 찮게 했다 아버 지는
아틀을 시켜 파리 를 쫓게 하고 잠을 좀 청 하려고 했다‘
아들은 아버지의 머리 맡에 앉아 파리 를 날려 보냈지만, 파리
는 날아갔디가 다시 돌아와서 붙곤 했다 아들은 귀 찮게 구는
파리 때문에 화가 나서. 벌 떡 일 어나 큰 몽둥이 를 틀고 파리 를
내 쫓았다 그러 다가 그만 잘못해서 아버 지 의 이마를 내려치 고
말았다 아버지 는 그 길로 죽었다 그러나 그때 나쁜 마음으로
일 부러 죽인 것은 아니었느니라
비 구들이여, 알아듣거라 그때의 그 아버 지는 오늘의 이 사
미요. 그때 몽퉁이 로 아버 지 의 이마를 쳤던 아들은 오늘 길에
서 넘어져 죽은 노비 구니라 그때 도 고의 아닌 실수로 죽였기
때 문에 오늘의 갚음도실수로 비 롯된 것이다 ..

오늘 우리 들은 거의 날마다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사
람들의 보도를 보고 듣는다. 그들이 일부러 죽이 지 않고 한순간의
실수로 저지 른 일이기 때문에 그 형량도 고의인 경우보다는 무겁지
않다 어째서 현대 사회에서는 이 과실이 그토록 범람하고 있을까
끝없는 과실 의 연쇄반응…·
이 인연 설화에 따르면, 과실은 과실로써 갚음을 받는다 우리 들
이 일상생 활에서 남에게서 잠깐 실수로 받는 피해 를 이와 같은 인
연의 논리로 받아들인다면, 크게 화내거나 속상해하지는 않을 것
이다 화내 고 속상해하는 피해 는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받게
된다
오, 인연의 얽힘이여, 저l 발 우리 를 잘못의 함정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

출처 : 대구문학신문 - 시야 시야
글쓴이 : 문근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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