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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다산의 더위 견디는 놀이 [박석무]

문근영 2012. 10. 30. 01:32

다산의 더위 견디는 놀이

 

  덥다 덥다 해도 지난 10여 일처럼 더웠던 때는 많지 않았습니다. 밤이나 낮을 가리지 않고 35~6도를 오르내리는 더위에 숨이 막힐 지경의 무서운 더위였습니다. 높은 고층의 산밑 아파트에 사는 우리 집이 그렇게 무더웠는데, 더 열악한 조건의 가정에서는 얼마나 힘든 여름을 보냈을까를 생각하니 더욱 더위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조금 가진 사람들이야 여러 방법을 동원하여 겨우 겨우 이겨낼 수가 있겠지만, 극심한 추위나 더위는 역시 없는 사람들에게 더더욱 힘들게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처럼 냉동시설이나 에어컨 장치가 없던 다산의 시절에는 어떻게 더위를 이기며 여름을 보냈을까요.

  「소서팔사(消暑八事)」라는 다산의 시는 바로 더위를 이기며 뜻있게 지낼 수 있는 여덟 가지 방법을 제시하는 내용입니다. 여덟 가지의 더위 이기는 놀이를 세 가지 방법으로 즐겼으니, 24종류의 놀이이고, 또 다른 종류의 여덟 가지 놀이를 두 가지 방법으로 더위를 이기도록 시 작품을 썼으니 도합 16가지 방법을 40종류의 놀이법으로 더위를 이겨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63세 노인이던 갑신년(甲申年:1824) 여름에 지은 시였으니, 그해도 얼마나 더웠으면 더위 이기는 방법을 연구해내서 그런 멋진 시로 남겼겠습니까. 그 많은 방법에서 오늘은 그 한 가지 방법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청점혁기(淸簟奕棋)」라는 제목의 시인데, 그 의미는 시원한 대자리에 앉아 바둑을 두면서 더위를 이긴다는 뜻입니다.

       뜨거운 날 졸음에 겨워 책읽기 싫어서                炎天瞌睡厭攤書
       손님 모아 바둑 구경 괜찮은 방법이로세             聚客看棋計未疏
       대추씨로 요기함이야 해자의 괴담이거니            棗核療飢諧者怪
       귤 속에서 세상 피한 건 진실인가 거짓인가         橘皮逃世理耶虛
       뜨거운 햇볕 잊었는데 어찌 주미를 휘두르랴       已忘火傘寧揮麈
       생선회 생각 간절해 또 고기 내기를 해야지         思切銀絲且賭魚
       대국자나 구경꾼이나 똑같이 배부르니               對局旁觀均一飽
       욕심 끊고 한가로운 이야기 나눔이 어떻겠는가    息機閒話復何如

  고사 인용이 많아 시가 매우 어렵습니다. 대추씨만 입에 머금고 5년 10년을 먹지 않아도 살아간다는 옛날 고사가 있고, 해자(諧者)의 괴담(怪談)이란 장자 ‘소요유’에 나오는 「제해(薺諧)」의 이야기인데 여기서는 ‘해자’를 괴담 잘하는 사람으로 해석하였다고 여겨집니다. ‘주미(麈尾)’란 고라니 꼬리로 만든 먼지떨이인데, 옛날 진(晉)의 청담꾼들이 청담을 하면서 그것을 손에 쥐고 휘두르면서 이야기를 했다는 것에서 따다 쓴 내용입니다.

  대추씨만으로 요기를 할 수 없고, 귤 속에서 세상 피함도 거짓이니 여름에 더위는 심하니 제발 생선회를 먹을 수 있게 내기 바둑을 두어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들까지 배부르게 먹고 한담이나 하면서 더위를 이겨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바둑 구경으로 더위 이기고, 생선회 먹어 배가 부르면 실컷 떠들면서 허튼 소리로 시간을 보내라는 피서법의 하나였습니다. 너무 더운 요즘, 우리도 그런 피서법으로 여름을 이겨냅시다.

박석무 드림

 
출처 : 이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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