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채 호 기
가지에 달린 노란 감귤
동그랗게 뭔가를 포용하고 있는
오돌오돌한 감귤 껍질
누군가 껍질을 까면
시고 달착지근한 말랑말랑한 것
실핏줄이 도드라져 보이는 작은 심장
먹을 수 없어서 망설입니다
살아서 두근거리는 연약한 것
동그랗게 뭔가를 포용하고 있는 것들
가지에 달린 노란 감귤
제주해협보다 더 짙푸르게 일렁이던 감귤밭 이제 노랗게 익어가겠지요.
감귤 향기 갈바람에 날리겠지요. 잘 익은 감귤 하나 시인과 오감으로 통
하고 있네요. 두근거리는 작은 심장같은 것 차마 먹을 수 없어 망설이네요.
그 연약한 마음 동그랗게 뭔가를, 우주를 포용하고 있네요. 실핏줄 선명한
여린 것이지만 온 세상 말랑말랑하게 껴안는 마음이 시라는 것 감귤 하나로
보여주고 있네요. <이경철 . 문학평론가>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꽃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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