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된 詩

[스크랩] [장석남] 속삭임

문근영 2012. 6. 27. 10:32

 

속삭임

 

장석남

 

 

솔방울 떨어져 구르는 소리
가만 멈추는 소리
담 모퉁이 돌아가며 바람들 내쫓는
가랑잎 소리
새벽달 깨치며 샘에서
숫물 긷는 소리
풋감이 떨어져 잠든 도야지를 깨우듯
내 발등을 서늘히 만지고 가는
먼,
먼, 머언,
속삭임들

 

―시집『젖은 눈』(문학동네, 2009)

 

 

▶장석남=1965년 인천 출생. 19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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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 옆 민박집 풋감 떨어지는 소리에 낡은 함석지붕 내려앉는 줄 알고 가슴 쓸어내린 적 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하듯 겁쟁이 같았고 쓸데없이 불신했다. 이 시는 스쳐 가고 사라져 가는 작은 것에도 귀 기울이게 한다.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어도 되리. 맑은 샘에 얼굴을 비춰보는 나도 상상해 볼 일이다. 고요한 마음의 평정을 안겨준다. 햇살은 따사롭고 나뭇잎들은 반짝인다. 속삭임으로 다가온다. 귀 기울여 보라. 먼 먼 생도 다 들리나니 지저귀는 새소리,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고 가는 소리, 만물의 소리가 속삭임이니, 늘 자연과 연애하는 이 사람은 세상을 다 가졌다고 부러워해도 괜찮지 않으랴. 김예강·시인

- [국제신문] 아침의 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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