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된 詩

[스크랩] [이항복] 이 몸이 배가 되어

문근영 2012. 6. 6. 14:53

이 몸이 배가 되어

 

이 항 복 (1556 ~ 1618)

 

 

나는 항상 소망하지

곡식 만 섬을 싣는 배가 되었으면,

배 안 넓은 곳에

다락을 세웠으면 하고

 

동으로 남으로 가는 나그네를

때가 되면 모두 건네주고

해 질 녘에는 무심히

두둥실 노닐었으면 하고.

 

 

 

 

 

백사(白沙) 이항복이 청년 시절에 지은 시다.  백사는 친구들과 강을 건너려고

배를 기다렸으나 며칠 동안이나 구할 수 없었다. 모두들 몹시 답답해하며 화를

낼 때 백사가 장난 삼아 이 시를 써서 그들을 달랬다.

  '나는 큰 배가 되어 강을 건너고자 하는 모든 사람을 건네주고 그 뒤에 여유롭

게 배를 띄우고 노는 게 꿈이야. 며칠 기다리는 정도 가지고 왜 이리 조바심들

이냐?' 다른 사람들이 감정을 주체 못할 때 남과 사회를 위해 자기 몸을 던지는

희생과 인생의 여유까지 보여준다. 대인다운 풍모가 엿보이는 명작이다.

  험한 세상을 건네주는 큰 배가 되겠다는 청년의 꿈은 뒷날 임진왜란이란 국난

을 온몸으로 헤쳐가면서도 여유를 잃지 않은 큰 정치가로 실현되었다. 그 같은

큰 꿈을 꾸는 청년이 많은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 안대희 . 성균관대 교수. 한문학

 

(조선일보 '가슴으로 읽는 한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꽃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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