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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은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급작스러운 일이라 세계 여러 나라들에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에서는 김정일의 죽음을 기쁜 소식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조의를 표하면서 문상을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1994년 김일성주석의 사망 때처럼 불필요한 갈등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정확한 정보 부족에 여기저기서 유언과 비어가 난무할 뿐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북한의 미래, 특히 향후 남북관계와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한 냉정한 진단과 처방이다. 길게는 1974년부터, 가까이는 1994년부터 북한을 통치했던 김정일의 죽음이 앞으로 북한에 어떠한 영향을 줄까? 이제 막 후계자의 지위에 올라선 김정은 체제는 어디로 갈까? 작금 북한이 처한 상황, 김정일이 지금까지 추구해왔던 정책, 그리고 아직까지 건재한 북한의 지도 엘리트의 존재를 전제하면서 조심스럽게 이를 전망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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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핵문제의 미해결, 북미관계의 개선, 2012년 강성대국 건설, 중국과의 경제협력, 그리고 남북관계의 재정립 등 여러 과제가 산적해 있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북한의 급격한 정책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첫째, 김정은의 후계체제 구축과는 별도로 이들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북한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는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바람직한 방향은 개혁·개방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 사후, 안정이 최우선의 과제가 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 급격한 정책의 변화는 자칫 더 큰 위험을 불러 올 수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정책기조를 그대로 지속하면서 조심스러운 변화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김정은의 경우 그의 권력은 어찌되었든 세습을 통해 물려받은 권력이며, 따라서 선대와의 급격한 정책적 단절은 여러 가지의 어려움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당분간은 선대의 정책을 지속하면서 ‘계승’을 강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셋째, 북한이 내세운 2012년 강성대국 선포, 북미관계의 개선 등의 과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이는 쉽게 수정할 수 있는 정책 목표가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들 과제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김정은의 권력공고화에도 도움이 되며, ‘주체혁명 위업의 계승’이라는 지금의 선전에도 부합한다.
돌이켜보면, 2010년 당대표자회는 크게 두 가지의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그 동안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던 당의 기능을 정상화시키고, 권력의 중심을 당으로 회귀시켰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김정은을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내세움으로써 후계구도를 명확히 정리했다는 점이다. 이번에 발표된 장의위원의 명단은 지난해 당대표자회 권력서열과 거의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당대표자회에서 결정된 사항이 김정일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지속되고 있음을 가르킨다. 이는 북한의 현 지도엘리트가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권력구조를 지속하고, 이 틀에서 북한의 새로운 권력구도가 짜여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김정은의 어린 나이(28세로 알려짐)와 경험의 일천함은 일정기간 이미 짜여진 후견세력(리영호, 장성택, 김경희 등)의 보좌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북한의 지도엘리트는 운명공동체로서의 일체감이 강하며, 따라서 당장 내부의 권력투쟁을 예상하기는 어렵다. 북한 역시 별다른 대안이 없다. 김일성-김정일로의 충성심이 제1의 요건인 상황에서 생존시의 김정일이 선택한 후계자를 부정한다는 것은 곧 북한 체제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군부 쿠데타에 따른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고, 장성택을 중심으로 한 수렴청정의 봉건적 행태가 재현될 수도 있으며, 나아가 권력 엘리트 사이의 분열에 따른 정치적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개방·개혁의 필요성을 두고 군부 엘리트와 관료 엘리트 사이의 갈등과 반목이 새로운 권력구축이라는 방식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