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된 詩

[스크랩] [권혁웅] 수면

문근영 2012. 2. 28. 10:50

수면

 

권혁웅

 

 

 작은 돌 하나로 잠든 그의 수심을 짐작해보려 한 적이 있다 그는 주름치마처럼 구겨졌으나 금세 제 표정을 다림질했다 팔매질 한 번에 수십 번 나이테가 그려졌으니 그에게도 여러 세상이 지나갔던 거다

 



 ―시집마징가 계보학 (창비, 2005)



▶권혁웅=1967년 충북 청주 출생. 1997년 문예중앙신인상 시 당선. 시집으로 '황금나무 아래서' '마징가 계보학' 등이 있다. 현대시 작품상, 현대시인협회상, 현대시학 작품상 수상.


***'수면'은 물의 얼굴(水面)과 잠(睡眠)으로 읽힌다. 시인은 작은 돌을 던져 물의 깊이(水深)와 사람의 근심(愁心)을 짐작하려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옛 속담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水面은 돌팔매질 한 번에 주름치마처럼 구겨졌다, 금세 제 표정을 다림질해 놓지만 사람은 그럴 수 없다. 무심코 던진 작은 돌을 받아낸 심장이 오래 소용돌이치는 것을 보았다. 수많은 나이테에 그려진 물의 흉터가 수면을 다녀간 세상이다.옛 속담에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했듯 '사랑한다. 미안하다. 고맙다'는 사탕 발린 말이라도 들어야 풀린다. 세상이 나에게 던진 팔매질보다 세상을 향해 던진 팔매질이 더 많진 않았나. 내 안에 출렁이는 수면의 양귀를 잡고 수심을 다린다. 제 안의 주름들 미어터진다. 소용돌이치는 물살을 다린다. 서툰 다림질이다. 전다형·시인

 

-[국제신문 ] 2012-02-14 20:49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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