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담고 싶은 법정스님의 글

[스크랩] 살아있는것은 다행복하라 -109-

문근영 2011. 12. 25. 10:07

** 빈 그릇에서 배운다 ** -109-

 

이 가을 들어 나는

빈 그릇으로 명상을 하고 있다.

서쪽 창문 아래 조그만 항아리와

과반을 두고 벽에 기대어

이만치서 바라본다.

며칠 전에 항아리에 들꽃을 꽂아 보았더니

항아리가 싫어하는 내색을 보였다.

빈 항아리라야 무한한 충만감을 느낄 수 있다.

텅 빈 항아리와

아무것도 올려 있지 않은

빈 과반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 마음도 어느새 텅 비게 된다.

무념 무상, 무엇인가를 채웠을 때보다

비웠을 때의 이 충만감을

진공묘유(眞空妙有)라고 하던가.

텅 빈 충만의 경지이다.

빈 그릇에서 배운다.

출처 : 대구문학신문 - 시야 시야
글쓴이 : 노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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