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
길상호
악수를 청했으나 당신은 팔목을 끊고 뒷걸음질했다, 대화를 시도하면 말을 끊고 나팔꽃처럼 입을 비틀어 닫았다, 구름이 토막 난 몸으로 붉게 흩어지자, 고무줄놀이처럼 명랑하던 바람도 뚝 끊겼다, 우리는 탁자를 두고 앉아 꼬리 잘린 별똥별이 뜨는 동안 말이 없었다, 침묵을 깨고 울리던 전화도 수화기를 들면 소리를 감추고, 당신의 손은 한눈을 파는 사이 다시 돋아났지만, 사라진 우리의 대화는 어디서 혼자 허물을 벗고 있을까, 밀려들던 생각들도 째깍째깍 시계 초침의 가위질 소리에 닿자 급하게 탁자 밑으로 사라져버렸다, 오늘을 끊어낸 자리 내일의 시간을 다시 붙여도 우리는 늘 닿을 수 없는 거리에 있었다
-『실천문학』(2010, 겨울)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전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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