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의 이면사
하종오
두 사람의 오른손이 맞잡고
팔 흔들며 웃으며 말할 때
두 사람의 왼손은 주먹 쥐거나
손가락 꼼지락거리거나 손바닥 편다
오랜만에 만났거나
볼일로 만났거나
처음 만났거나 간에
두 사람이 뜻하지 않아도
오른손들이 저절로 앞으로 나오는 건
그간 쪼였던 햇볕의 양을 보여주려 하든가
그간 움켜쥐었던 돌멩이의 수를 보여주려 하든가
그간 박수쳤던 힘의 크기를 보여주려 하든가
그런 속내가 숨어 있다가
불쑥, 모습을 드러내서다
오른손이 전면에 나서는 동안
화 돋우면 주먹질할 수 있도록
욕해야 한다면 손가락질할 수 있도록
부끄러워지면 손바닥으로 가릴 수 있도록
왼손은 측면이나 후면에서 기다린다
『시와 미학』(2011년 겨울호)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서귀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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