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노래
김 형 영
무심코 꽃잎을 들여다보다가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꽃잎이 오물오물 속삭이는 거예요.
뭐라고 속삭였냐구?
당신도 한 번은 들었을 텐데요.
언젠가 처음 엄마가 되어
아기와 눈을 맞췄을 때
옹알거리는 아기의 생각,
본 적 있지요?
그 기쁨은 너무 유쾌해서
말문을 열 수가 없었지요?
어떤 시인이
그 순간을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날 꽃잎의 속삭임은
안 보이는 것을 본 놀라움이었지요.
너도 없고 나도 없는
두 영혼의 꽃 속에서의 만남,
그건 생명의 노래였습니다.
풀꽃 송이가 말을 건다. 사람의 언어가 아니기에 그들의 말은 마음으로
바라보야야 한다. 순간적으로 건네오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면 오래
기다려야 한다. 짧은 순간이지만, 오랜 기다림과 설렘이 전제된 찰나다.
순백의 크로커스 작은 꽃이 말문을 열었다. 영락없이 아기의 옹알이를
닮았다. 처음 엄마가 된 당신의 오랜 기다림 앞에 아가가 건네온 옹알이다.
한눈에 다 읽지 못해도 옹알이에 담긴 뜻은 한없이 유쾌하다. 꽃도 그렇다.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생명의 노래를 속삭인다. 오래 바라보는 사람에게만
보여주는 노래다. 순수한 영혼의 만남,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고규홍 . 나무칼럼니스트>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꽃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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