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함께읽기

[스크랩] 세계경제포럼, 말보다 행동이 따라야 / 임현진

문근영 2011. 7. 23. 08:08

528

 

세계경제포럼, 말보다 행동이 따라야

임 현 진(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지난 달에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프랑스의 사르코지대통령이 한 말이다. 올해 예정된 G20 의장국의 수장답게 그는 지구적 안보를 위한 UN의 개혁, 국제환율제도의 개편, 자본유출입의 규제, 원자재 가격의 안정, 식량문제의 해결 등에 관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러나 ‘새로운 현실의 공동 규범’을 내건 다보스포럼은 김이 빠진 느낌이다. 창시자인 클라우스 슈워브가 “불끄기보다 위험예방으로 가지 않으면, 세계경제의 위기는 관리하기 어려울 정도의 하향적 악순환에 빠질 것이다”라고 경고한 것이 무색할 정도다. 유럽은 유로존의 사수를 외쳤고, 미국은 이를 도울 것이라 했다. 허지만 중국과 인도가 회의장을 압도했다. 천더밍 상무장관이 중국은 앞으로 수출에서 수입을 통한 소비중심국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언급은 중국의 부상을 다시금 확인하는 기회였다.

김빠진 느낌 속, 중국 부상

세계경제포럼에는 전세계의 대표적인 기업가, 정치가, 지식인 등이 참가한다. 항시 1월 말 일반인의 출입이 쉽지 않은 고산지대 다보스에서 세계의 슈퍼엘리트들이 적어도 사흘을 머무르면서 친목을 쌓고 초국적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눈속의 살찐 고양이들’이라는 조롱이 나오는 배경이다. 소로스(Soros)도 자신도 회원인 다보스포럼을 초국적 슈퍼엘리트 집단의 ‘대규모 칵테일파티’라고 부른다. 헤지펀드 운영의 귀재로 자선가로 변신한 소로스가 오늘의 무한질주하는 세계화를 비판한 맥락의 연장선 위에 있다.

다보스포럼은 세계 각국의 정·관·재계의 최고 지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국제현안을 다루다. UN에 버금가는 경제적·정치적 위세를 지니고 있다. 과거 사회주의 인터내셔널에 비유해서 자본주의 인터내셔널이라는 별칭이 붙는다. 다보스포럼은 미래 세계의 경제적·정치적 밑그림을 그리는 초국적 기반의 싱크탱크로서 자본주의의 전지구화라는 전략적 역할을 한다.

나는 글로벌 NGOs를 공부하기에 세계화의 두 날개라 할 세계경제포럼과 세계사회포럼에 관심이 많다. 다보스포럼을 참여, 관찰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허지만 다보스포럼의 참가가 제한되어 있다 보니 여태껏 기회를 갖지 못했다. 최저 등급인 기본회원의 경우 약 6,000만원의 연회비와 참가비 2,100만원을 내야한다. 일부 분야의 파트너십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포럼의 주요 의제설정에 관여하기 위해서는 각기 2억8천만원과 6천만원을 별도로 내야한다. 개도국은 고사하고 선진국의 엘리트들도 참가가 쉽지 않다.

이번 다보스포럼의 총243개의 분과에서 경제, 산업, 무역, 투자에 비해 사회, 환경, 빈곤, 질병 등은 비교적 낮게 다루어졌다. 경제위기를 안고 있는 오늘의 자본주의의 현실을 반영하는 듯하다. 물론 기후변화, 지정학적 갈등, 정부부채, 국제이주, 신기술활용 등이 강조되었으나, 이렇다 할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말만 있고 행동이 없는 일종의 나토(No Actions Talks Only)다.

세계경제포럼의 영향력은 1979년부터 매년 <국가경쟁력보고서>를 발표하는 데 있다. 국가, 기업, IT, 대학 분야는 물론 성별격차, 위험사고, 여행관광 영역의 실태를 파악하여 문제해결을 위한 정책방향을 제시한다. 이 보고서의 내용에 따라 나라마다 희비가 갈릴 정도로 실제적 영향력이 막강하다.

해결사도 실질적 합의도 없어

G0를 확인하는 자리로 이번 다보스포럼은 자리매김할 수 있다. 주요 정치경제적인 국제현안에 대한 글로벌 해결사가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슈바브가 지적한대로 “경제위기 이후 서에서 동으로, 북에서 남으로 정치와 경제의 힘의 축이 이동하고 있는” 와중에서 헤게모니의 부재를 볼 수 있다. 비록 유럽의 쇠퇴와 중국의 부상으로 G2가 운위되듯이 이미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는 약화되고 있다. 앞으로 무극(無極) 혹은 비극(非極)의 관점에서 세계질서의 미래가 우려될 수밖에 없다.

다보스포럼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기치아래 환경보다 개발, 복지보다 성장을 중시한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글로발 NGOs들도 국제엠네스티, 국제투명성기구, 옥스팜을 제외하고 더 이상 세계경제포럼의 초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2001년부터 세계경제포럼에 맞서 세계사회포럼이 정면대응하고 있다. 올해 세계사회포럼은 2월 6일부터 11일 사이 세네갈의 다카에서 열렸다. 그러나 세계경제포럼이 지닌 구심력과 달리 세계사회포럼은 원심력이 작용하여 오늘의 세계화에 대한 반대를 넘어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글쓴이 / 임현진
· 서울대 사회학과교수
· 한국정치사회학회 회장
· 아시아연구소 소장
· 저서 : <한국의 사회운동과 진보정당>
         <북한의 체제전환과 사회정책의 과제>
         <21세기 통일한국을 위한 모색> 등
      

출처 : 이보세상
글쓴이 : 이보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