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1
김수영
우리는 무슨 적이든 적을 갖고 있다
적에는 가벼운 적도 무거운 적도 없다
지금의 적이 제일 무거운 것 같고 무서울 것 같지만
이 적이 없으면 또 다른 적-내일
내일의 적은 오늘의 적보다 약할지 몰라도
오늘의 적도 내일의 적처럼 생각하면 되고
오늘의 적도 내일의 적처럼 생각하면 되고
오늘의 적으로 내일의 적을 쫓으면 되고
내일의 적으로 오늘의 적을 쫓을 수도 있다
이래서 우리들은 태평으로 지낸다
-『김수영 전집 1 -시』(민음사, 2003)
▶김수영(1921~1968)=서울 출생. 시집 '거대한 뿌리', 산문선집 '시여 침을 뱉어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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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럽게 널려있는 '적' 을 '근심'으로 바꿔 읽는다. 마음 쓰이게 하는 일이 적이라면, 삶에는 적이 널려 있다. 너무 많은 것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 지금 근심이 가장 크게 여겨지지만, 일주일 후, 한 달 후, 일 년 후, 그리고 십 년 후 돌아보면, 무슨 일로 괴로웠는지조차 생각나지 않을 일이 대부분. 이 또한 지나가리라.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지나가면 추억이다. 추억의 피륙은 가장 큰 고통을 가장 아름다운 무늬로 피워낸다. 일희일비 말 것. 가장 큰 적은 내 안에 있다. 그 적을 이겨라. 사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최정란·시인
- 국제신문 [아침의 시]에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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