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된 詩

[스크랩] [정우영] 빨래

문근영 2011. 5. 1. 13:39

 

빨래

정우영



잔뜩 부푼 빨래들이 눈부시다.

빨래줄 잡고 나란히들 서서
어지러운 세상을 향해
햇살의 노래를 불러 대고 있다.

외출 나간 몸뚱이들이
게슴츠레 기어들기 전까지는,
저렇게 널린 채로 썽썽할 것이다.

어느 저녁 나절,
옥상에 나부끼는 빨래 보거든
못 본 체 숨죽이고 지나가라.

깨달음이 환하게 익어 가는 중이니.

 

 

 

 

-시집 『집이 떠나갔다 』(창비, 2005)



▶정우영=1960년 전북 임실 출생. 1989년 '민중시'로 작품활동을 시작. 시집 '마른 것들은 제 속으로 젖는다' '살구꽃 그림자' 등.



눈부시도록 맑은 날 옥상에 나부끼는 빨래는 누군가의 마음자락이다. 마음 갈피갈피에 낀 때를 박박 야무지게 치대어 널어놓은 환하게 나부끼는 깨달음이다. 눈 지그시 감고 팔다리를 있는 대로 이완시킨 채 익어가는 저 옷가지들을 보시라. 꿉꿉하던 마음에 햇살 불러들여 나도 저 빨래들처럼 한나절 바싹 말라보고 싶은 것이다. 하여 이튿날 아침에는 새물내 폴폴 날리며 흥얼흥얼 햇살의 노래라도 불러보고 싶은 것이다. /고증식·시인

- 국제신문[ 아침의 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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