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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피학살자 유족들의 해원(解寃)을 위해 / 선경식

문근영 2011. 3. 1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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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학살자 유족들의 해원(解寃)을 위해


대한민국 대통령이 이곳에 오는 데 58년이 걸렸다. 제주 4·3사건 희생자 위령제 얘기다. 노무현 대통령은 4월 3일 제주시 봉개동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주 4·3사건 희생자 위령제에 참석했다. 역대 대통령으로서 처음이다.

노대통령은 이날 추도사를 통해 “58년 전 분단과 냉전이 불러온 불행한 역사 속에서 무고하게 희생당한 분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옷깃을 여미며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국가권력이 불법하게 행사되었던 잘못에 대해 제주도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대통령의 추도식 참석과 추도사를 통한 정부 차원의 공식 사과는 늦은 감이 있지만 참으로 용기 있는 결정이다.

제주 4·3사건 희생자 위령제, 대통령 처음 참석

노대통령은 지난 2003년 10월에는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도민들께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공식사과를 했다. 또한 노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60주년 경축사에서 “국민에 대한 국가기관의 불법행위에 대해 국가는 스스로 앞장서서 진상을 밝히고 사과하고, 배상이나 보상의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참석해야 할 희생자 위령제나 추도식은 한두건이 아니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 학살은 전국적으로 자행되었기 때문이다. 전국 8개도 32개 지역에 지역별 유족회가 결성된 것이 이를 시사한다. 경남에는 거창유족회와 거제유족회 등 9개, 전남에는 해남군유족회와 보성유족회 등 7개, 제주도에는 북부유족회 등 4개, 충북에는 노근리대책위 등 3개가 조직되어 있다. 지역별 유족회는 전국유족협의회라는 연합체를 구성하고 있다.

1950년 7월 22일 전남 보성군 미력면 예재 고갯길에서 20여구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마구 던져진 듯 여러 구의 시신이 아무렇게나 포개지고 널부러져 있었다. 눈에 말뚝이 박힌 사람, 죽창에 난자당한 사람, 얻어맞아 몸 여기저기가 터져버린 사람 등이 모두 총에 맞은 상태였다. 그러나 정작 바닥에는 핏자국이 별로 없었다. 이들은 보성경찰서에서 집단으로 학살되어 고갯길에 유기된 것이었다.

전국유족협의회 윤호상 집행위원장이 전하는 보성지역 민간인 집단 학살현장의 모습이다. 다른 지역의 참상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 유족들의 증언이다.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비극 속에서 영문도 모른 채 내 부모와 형제들의 목숨을 빼앗겼다”는 희생자 유족들은 2000년 9월 전국유족협의회를 결성했다. 그리고 촛불집회, 여의도 국회앞 농성 등을 통해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요구해왔다. 그 결실이 2005년 5월 여야 합의로 만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법)이다. 같은 해 12월에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가 국민의 기대 속에 출범했다.

최장 6년의 활동 기간은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다. 금쪽 같이 소중하게 활용해야 할 시간이다. 그럼에도 진실·화해위의 활동이 너무 더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팀장급 인선은 최근에야 마쳤고 조사요원 등 실무진에 대한 최종선발은 4월 중순쯤 가야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사건 진상조사 시급

현재는 진실규명 신청을 받고 있는 상태. 지난 3월 27일까지 2484건이 접수됐다. 이 중 ‘광복이후 한국전쟁 전후의 시기에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민간인 집단희생사건’이 1893건으로 가장 많다. 그러나 이 분야에 대해서는 아직 한건도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진실·화해위의 진상 규명 대상 분야 가운데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시급하고 중요한 분야는 아무래도 한국전쟁 전후의 민간인 학살사건이다.

전국유족협의회 윤호상 집행위원장은 조사활동이 지연되고 있는 데 대해 “조사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며 “현재의 인력 180명으로 과연 진상조사와 진실규명을 기간 안에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진실·화해위에 통신사실 확인 요청권, 고발·수사 의뢰권, 청문회 실시권 등이 없는데다 유족들의 진실화해위원회 참여가 불가능하게 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족민주열사·희생자 추모기념단체 연대회의도 최근 과거사법의 한계를 지적하고 진실·화해위원회가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졸속 출범을 규탄했다.

진실·화해위의 갈 길이 멀다. 그렇지만 천리길도 한걸음부터이며 시작이 반이다. 관계자들은 역사적 소명의식을 갖고 하루빨리 진상을 규명하고 진실을 밝혀주기 바란다. 필요하다면 법 개정도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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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선경식
· 한국정경연구소 대표
· 정치평론가
· 민주화운동공제회 상임이사(현)
· 고려대 언론대학원 신문방송학과 졸업
· 중앙일보 사회2부 차장, 월간중앙 부장
· 노동일보 편집국장 등 역임  
      

이컬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다산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출처 : 이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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