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신춘문예 詩 당선작

[스크랩] 2011년 한국문학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

문근영 2011. 1. 17. 22:47

2011년 신춘문예(시 부문) 당선작

유영준의 「종종걸음」

 

 

 

한국문학신문이 12월 18일(토) 마감한 2011년 신춘문예에 응모한 작품들은

시 부문(95편 37명)에 응모작이 가장 많았으며,

시조 등 다른 부문 응모작들은 본심에 오르지 못하였다.

시 부문은 편집부에서 1차 예심을 보고, 신꽃순의 「치자나무에 꽃 피던 날」,

 박인숙의 「노루궁뎅이 버섯」, 차경식의 「남대문 일상」, 유영준의 「종종걸음」등 최종 4명의 작품을 본심(심사위원장 성기조) 심사위원단에 넘겼으며, 2011년 신춘문예 최종 심사는 12월 27일 성기조(시인, 한국문학재단 이사장)심사위원장과 김병권(수필, 한국문협 부이사장), 이강렬(희곡, 한국문협 상임이사)심사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하였다.

성기조 심사위원장은 심사평에서「종종걸음과 오징어 배 따는 일」같은 이야기를 가지고 한편의 시를 만든 유영준씨는 시의 주제를 선택하는데도, 삶의 노력을 시로 형상화 하는데도 성공한 시인이라며, 유영준의 ‘사물보기’는 독자들에게 따뜻한 삶의 이정표를 안겨주는 것처럼 정당하고 아주 값지다.」라고 하였다.

유영준 당선자는 당선소감에서“세상만물을 보는 대로 느끼는 대로 솔직하게 표현하되 시가 보여 줄 수 있는 진실함에 더욱 충실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유영준 신춘문예 당선자는 경북 울릉군 출생으로 대구 계성고 졸업(58회), 영남대 약대 졸업(17회) 및 동 대학원 약학박사, 중국 하북 의과대학을 수학하였으며, 대구광역시 북구약사회장, 대한약사회 한약정책 비상대책위원장, 경기도 약사회 한약정책 단장, 성남시 약사회 부회장, 한국 경독 중의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울릉문학회 정회원, 전국약사문인회 정회원, (사)대한민국국보문학협회 대구시지회장를 맡고 있다.

수상부문은 제37회 약사문예 시 부문 당선, 일양 약사문학상 수상, 월간 국보문학 신인문학상(시, 수필 등단)을 수상하였으며, 현재 약국체인 “밀레팜” 대표로 현풍경북약국(대구)과

문연약국(경기)을 경영하고 있다.

 

 

 

 

종종걸음

 

                                                     유 영 준

 

 

매일 매일 A선생은 종종걸음을 걷습니다

신속한 진료를 위해 초음파실, 내시경실로 이동할 때는 거의 그렇습니다

A선생이 그리워하는 고향친구 달분 씨도 종종걸음을 걷습니다

잡혀온 오징어의 배를 때맞춰 따기 위해 급히 갈 때나

눈 내린 달밤에 친구 집에 놀러 갈 때도 늘 그렇습니다

이제 막 종종걸음이 시작됩니다

백색 가운 아랫주머니에서 A선생의 청진기가 춤을 춥니다

달분 씨 옆구리의 고무다라이도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섬세한 손으로 환자의 배를 정성껏 叩診고진하거나, 청진하는 A선생

오징어의 내장을 옹골찬 손으로 발라내는 달분 씨

A선생과 달분 씨는 청진기와 오징어의 배 따는 칼을 손에 쥐고 있습니다

소화기내과 전문의인 A선생의 친구 달분 씨는 “오징어개복외과” 전문가입니다

A선생이 달분 씨에게 보낸 여성 갱년기 증상치료제 한 통이

울릉도 우체국에 도착합니다

진료실 한구석엔 얼마 전에 달분 씨가 보낸

울릉도산 오징어 소포도 보입니다

진료가 끝날 무렵 전화벨이 울립니다

“동백 아가씨”들의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왜, 동백꽃잎이 시퍼렇게 멍들지 않고 빨갛게 멍들었는지를

그녀들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살아가는 두 종종걸음이 지나간 발자국위로

오늘도 우정의 눈꽃이 소복소복 쌓이며 미소를 짓습니다.

 

 

  

심사평

 

 

한국문학신문 신춘문예 예심위원회를 거쳐 본심에 올라온 작품으로는 신꽃순의 「치자나무에 꽃 피던 날」, 박인숙의 「노루궁뎅이 버섯」, 차경식의 「남대문 일상」, 유영준의 「종종걸음」등 모두 네 편이었다.

넘어온 4편 중, 우리 심사위원들은 유영준의 <종종걸음>을 당선작으로 합의했다. 이 시를 지은 유영준은 많은 습작기간을 거친 것 같다. 그 까닭은 이야기가 들어있는 시를 짤막한 틀에 넣어 알맞게 형상화한 실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당선작은 날마다 종종걸음을 걷는 A선생과 그의 고향친구 달분 씨(오징어 배를 따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무리 없이 전개된다.

그들은 갱년기 증상 치료제와 울릉도산 오징어를 서로 보내면서 우정을 쌓는다. 그리고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동백아가씨의 노래를 들으며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이 시를 통해 나타난다.

이런 이야기를 가지고 한편의 시를 만든 유영준 씨는 시의 주제를 선택하는데도, 삶의 노력(종종걸음과 오징어 배 따는 일)을 시로 형상화 하는데도 성공한 시인이다.

시가 가상의 세계나 상상의 세계를 예술화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많은 세상에서, 유영준의 ‘사물보기’는 독자들에게 따뜻한 삶의 이정표를 안겨주는 것처럼 정당하고 아주 값지다. 이런 시 쓰기가 점점 힘을 얻으면, 한국시도 더욱 건강해질 것이라 믿으며, 새로운 시도에 대한 유영준 시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오랫동안 사랑받고 성공하는 시인으로 남길 기대한다.

심사위원/ 성기조(시) 김병권(수필) 이강렬(희곡)

출처 : 대구문학신문 - 시야 시야
글쓴이 : 문근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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