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신춘문예 詩 당선작

[스크랩] 2011 농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문근영 2011. 1. 12. 10:32

은단풍

 

김남이

 

 
 
사원식당 앞 은단풍나무,

어린아이 징검다리 건너듯 갸웃갸웃

자그마한 풍선이 포르르 날며 구르는 듯

조심스레 입 밖으로 걸어 나오는

그 소리 은은하고 맑아서

나중에 ‘은단풍’이라는 딸을 낳고 싶었던

 

그 나무 밑에서 점심시간마다 우리는 비스킷을 먹었지

기계 소리도 작업반장도 없는 그 나무 밑에서 깔깔거리며

스무 살 부근을 와작와작 부셔 먹었지만

몇몇은 그 나무에 기대어 늙은이처럼 담배를 피워 물었지만

 

사원식당 앞 은단풍

깨끗한 아침 햇살과

강해지려고 자꾸 다짐하는 한낮의 태양과

한쪽 뺨이 그늘진 노을도 골고루 먹고

큰 키로 수천의 반짝이는 잎들 흔들 때

내가 믿는 신처럼 올려다보게 하던

 

은단풍 은단풍 은단풍

그렇게 주문을 외면

 

내 안에서도 나무 한 그루 뚫고 나와 삐죽 솟던

그 나무에 무엇인가 자꾸 매달고 싶던…….


 

<<김남이 시인 약력>>

 

*1969년 경북 상주 출생

*대구 달서구 도원동 거주

출처 : 대구문학신문 - 시야 시야
글쓴이 : 문근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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